평소 부족한 잠을 주말에 적당히 보충하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무턱대로 몰아서 자면 오히려 더 피로해질 수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록이 짙어지고 야외 활동하기 좋은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지만 춘곤증으로 온몸이 나른해지고 이유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주말이나 휴일에 잠을 몰아서 자는 경우가 있는데, 지나치면 오히려 피로를 더 유발할 수 있다.
평소보다 2시간 이상 더 많이 자거나 평일 일어나는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게 깨면 수면리듬이 깨질 수 있다. 주말을 보내고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도 주말에 수면리듬이 깨진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교수는 “일주기리듬 때문에 가능한 일정한 시간에 자고, 깨는 것이 좋다”며 “가능한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2시간 이상 늦게 깨지 않는 것이 피로를 제대로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주기리듬이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드는 생체리듬을 유지하도록 하는 생체시계로 인해 조절되는 24시간 주기 리듬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이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도록 만들어 준다. 하지만 생체시계가 고장나 일주기리듬이 뒤로 밀리거나 앞으로 밀리면 원하는 시간에 잠들고 싶어도 잘 수 없고, 한창 활동해야 하는 낮에는 졸립게 된다.
그렇다고 주말에 잠을 지나치게 몰아서 자게 되면 수면이 불규칙해지고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을 자는 것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각종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불규칙한 수면으로 생체리듬이 깨져 체내 기능이 저하되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화될 수 있다.
다만 춘곤증이 한 달 이상 계속된다거나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식욕부진,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상 동반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장준희 세란병원 내과 부장은 “춘곤증은 2~3주 정도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피로로 볼 수 있다”면서 “주말에 잠을 몰아 자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피로감이 더 쌓일 수 있어 체력에 맞춘 적당한 유산소 운동, 가벼운 맨손 체조 등이 춘곤증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