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제 없이도 짧은 시간 안에 잠들 수 있다는 ‘인지 셔플링(Cognitive Shuffling)’ 기법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아서 주스트라 박사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야간 근무가 잦아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며 “인지 셔플링 기법을 통해 몇 분 안에 잠드는 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주스트라 박사는 해당 기법이 무작위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하면서 서로 관련 없는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떠올리는 방식으로 뇌를 산만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사고의 흐름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떠올린 다음 전혀 관련이 없는 ‘배’, ‘컴퓨터’, ‘아파트’ 등을 차례로 상상하는 식이다. 주스트라 박사는 “이 연상 작용을 통해 뇌는 안전한 상태로 인식하게 되고 수면 상태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단어의 마지막 글자를 활용한 ‘끝말잇기식 연상’도 있다. ‘elephant(코끼리)’의 마지막 글자인 ‘t’로 시작하는 ‘tree(나무)’, 이어 ‘engine(엔진)’, ‘egg(달걀)’ 등을 차례로 떠올리며 이어가는 방식이다.
주스트라 박사는 “인지 셔플링이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약물 수면 유도법이라는 점에서 불면증을 겪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수면장애가 장기화된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인지 셔플링은 10여 년 전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인지과학과 루크 P. 보두앵 교수가 고안한 ‘연속 다양성 상상 과제(Serial Diverse Imagery Task)’에서 비롯됐다.
당시 보두앵 교수가 대학생 154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 8초마다 단어를 들려주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인지 셔플링을 활용한 집단은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잠들기 전 각성 상태도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한 학기 이상 보였다. 다만 연구 규모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