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치매환자들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극복을 위해 같은 날인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했다.
20일 중앙치매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약 91만898명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에 달하는 수치다.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50년에는 노인 6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는 신경퇴행성 치매다. 뇌졸중 등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호발 연령은 65세 이후에서 가장 흔하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이다. 주된 증상으로는 기억 장애 , 주의력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기능 장애, 전두엽 기능 장애 등과 같은 신경인지기능 이상이 있다.
또 초기 단계부터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등의 감정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나 특정 물건들을 주워오는 이상행동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은 인지기능검사, 혈액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린다. 1~2시간이 소요되는 정밀인지기능검사에서 치매 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확인될 경우 어떤 원인으로 인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뇌MRI(뇌자기공명영상)을 받게 된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을 뿐 아직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즉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의 가장 큰 차이는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지’다.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발생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추적 관찰해 기억력 저하의 악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증 역시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가지 않고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현재 치매 치료의 근간은 중증화를 막는 것이다.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늦추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 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꿈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치료제 레켐비가 도입돼 적용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이상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제로, 약 80%의 환자에서 뇌 내 아밀로이드 이상단백질이 감소했으며 이를 통해 중증 치매로 진행될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다만, 레켐비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지만, 기억력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약은 아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40대부터 치매 과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청소년기 충분한 교육을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못한 환자들보다 치매 위험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이나 우울증을 피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 및 스트레칭, 근력운동은 뇌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장혜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치매를 의심하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