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놀다가 유괴됐던 어린 소년이 백발이 할아버지가 돼서야 가족과 재회했다.
23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루이스 아르만도 알비노(79)가 지난 6월 73년 만에 헤어진 가족들과 만났다.
1951년 6살이었던 알비노는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오클랜드의 한 공원에서 놀다가 의문의 여성에게 납치됐다. 스페인어로 말을 건 여성은 알비노에게 사탕을 사주겠다며 유인했다. 이 말에 속은 알비노가 여성을 따라가면서 가족과 생이별하게 됐다.
경찰과 해안 경비대, 지역 군인 등이 알비노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알비노와 유괴범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공원에 함께 있던 친형 로저 알비노가 “머리에 두건을 두른 여성이 동생을 데려갔다”는 증언도 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알비노는 유괴범과 동부 지역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부부의 아들로 살았다. 성장한 뒤에는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제대 후에는 소방관이 됐다.
알비노의 진짜 가족들은 한시도 아들을 잊은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2005년 세상을 떠났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들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70여년의 세월을 극복하고 희망이 현실이 된 건 알비노의 조카딸인 알리다 알레퀸(63) 덕분이었다. 알레퀸은 호기심으로 온라인 기반 DNA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에서 자신과 DNA가 22% 일치하는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비노의 가족은 수십 년 동안 알비노를 잊지 않고 어디선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알레퀸은 그 남성이 말로만 듣던 삼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도서관에서 일비노의 사진이 실린 옛날 신문 기사를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재수사를 통해 알레퀸의 어머니, 즉 알비노 여동생의 DNA 검사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알비노의 신원을 확인했다.
미국 연방 수사국(FBI)의 도움으로 알비노는 지난 6월 24일 오클랜드를 찾아 여동생과 형을 만날 수 있었다.
알레퀸은 “삼촌들은 서로를 붙잡고 긴 포옹을 했다”며 “납치 당일의 기억과 군 생활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형은 동생을 찾은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평생을 그리워했던 동생과 재회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알레퀸은 “삼촌이 나를 안아주며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고는 볼에 뽀뽀를 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