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연방정부 대표단 파견을 거부한 가운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독자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COP30 개최지인 브라질 벨렝 도착 전 상파울루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자 심포지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 여러분에게 존중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 정치 이전에 무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COP30에 단 한 명의 대표도, 심지어 관찰자조차 보내지 않은 것은 환경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돌리는 행위”라며 “캘리포니아는 그런 부끄러운 선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을 추진하는 등 기후 대응 기조를 전면적으로 뒤집은 바 있다. 이번 COP30에도 연방 차원의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미국이 주요 기후 거버넌스에서 사실상 ‘공석’을 선언한 첫 사례가 됐다.
뉴섬은 대신 캘리포니아 주를 대표해 독자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세계 5위 경제를 가진 주(州)로,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재생에너지 산업 역량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후 위기 대응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기후변화는 당파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며, 지구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손을 놓더라도, 캘리포니아는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COP30은 브라질 북부 도시 벨렝에서 개막해 21일까지 열리며, 전 세계 17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올해 회의에서는 연간 1조3천억 달러 규모의 기후 재원 조성과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설정, 열대우림 보전기금(TFFF) 설립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백’ 속에서도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당 주지사들의 독자 참여가 이어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기후 정책의 분열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