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차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야생동물 횡단교가 심각한 기상 악화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 도입된 관세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공정이 지연되고 예산을 초과하고 있다고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KTLA에 확인했다.
현재 LA 북서쪽 아고라 힐스의 혼잡한 101 프리웨이 위에서 건설 중인 월리스 애넌버그 야생동물 횡단교는 수십 년에 걸쳐 추진돼 온 사업이다. 이 대규모이자 복잡한 프로젝트는 산타모니카 산맥과 프리웨이 북쪽의 언덕 및 개방 공간을 연결해, 퓨마와 곰 같은 야생동물들이 현재처럼 로드킬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2년 지구의 날에 착공했을 당시 길이 200피트, 폭 165피트의 이 다리를 2025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일정은 2024년 봄까지 유지됐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포함한 당국자들이 준공 시점을 “2026년 초”로 전망하기 시작했다. 이후 목표 시점은 2026년 11월로 다시 미뤄졌다.
착공 1년 이내에 남가주에는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연이은 폭풍이 닥쳐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듬해 겨울에는 더 강력한 폭풍이 이어지며 공사가 추가로 지연됐다. 국립야생동물연맹의 캘리포니아 지역 책임자이자 프로젝트 대변인인 베스 프랫은 대형 지지대를 세우고 그 주변의 기초 공사를 진행하던 시기에 폭풍이 몰아쳐 토양 다짐이 필요한 작업을 여러 차례 다시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진흙탕 상태 때문에 동일한 공정을 반복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과 2024년은 LA에 역사적인 강우량을 안겼다. 2023년 한 해에만 LA에는 31인치의 비가 내려 역대 일곱 번째로 비가 많이 온 해로 기록됐다. 다리가 위치한 지역은 도심보다 통상적으로 강수량이 더 많은 곳이다.
프랫은 또한 이 복잡한 프로젝트가 유틸리티, 상수도, 통신선을 이전하기 위한 여러 기관의 협업을 필요로 하는데, 이 조정 작업이 매우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비용 역시 자연적 요인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크게 늘었다. 캘트랜스는 2021년 이 프로젝트의 예산을 9,260만 달러로 책정했으며, 애넌버그 재단과 민간 기부, 여러 주 정부 기관, 연방 자금의 지원을 받았다. 해외 건설 자재에 의존하는 많은 사업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비용 상승을 불러왔다. 프랫은 2025년 초 공사 2단계에 들어서면서 관세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건설 비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고, 이 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프로젝트는 비용 초과에 대비해 마련해 둔 민간 예비 자금을 일부 사용했다. 이에 맞춰 다리의 일부 요소는 재설계됐다. 그럼에도 최종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이 다리가 완공되면 남가주의 다양한 야생동물에 미칠 긍정적 영향이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동쪽 산악 지역의 I-80을 가로지르는 유사한 횡단교는 유타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야생동물과 차량의 충돌 사고를 77% 줄였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산사자 개체군은 도움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도시 개발, 특히 프리웨이가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로드킬로 죽는 개체가 너무 많고, 서식지가 단절되면서 근친 교배와 유전적 다양성 감소가 발생했다.

‘헐리우드 캣’으로 알려진 P-22의 전설은 예외적인 사례였다. 그는 LA의 혼잡한 101과 405 프리웨이를 건너 그리피스 파크에 정착해 10년간 살아남았다. 그러나 결국 차량에 치였고, 2022년 포획된 뒤 안락사됐다.
P-22의 이야기는 수백만 명의 관심을 끌며 캘리포니아 토종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알렸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현재 주 전역에 남은 산사자는 약 4,500마리에 불과하다. 프랫은 이번 다리가 이들의 생존에 결정적이며, 지연과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패는 선택지가 아니었고, 지역 야생동물의 미래가 걸려 있었으며 산사자 개체군이 자신들의 책임 아래에서 멸종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101 프리웨이를 매일 오가는 수만 명의 운전자들이 체감하듯 공사는 더디게 진행됐고 때로는 멈춘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진전은 있었다. 10차선 프리웨이 위 구간은 대부분 완성됐고, 지난봄부터는 동물들이 편안하게 건널 수 있도록 다리 상부에 토종 토양과 식물을 조성하는 조경 작업이 시작됐다.
마지막 단계는 올드 아고라 로드를 넘어 주간 고속도로 남쪽의 산악 지대로 다리를 연장하는 것으로,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이를 가장 복잡한 단계라고 설명한다. 일반 대중은 프로젝트 공식 웹사이트의 웹캠을 통해 공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86세로 별세한 자선가 월리스 애넌버그는 생전에 이 다리에 결정적인 지원을 제공했고, 자신의 이름이 붙은 이 사업에 대해 “야생동물 횡단교는 단절되고 훼손됐던 생태계를 회복시킨다. 갈라져 있던 땅과, 다시 하나가 되길 갈망해 온 생명들을 연결한다. 나는 이러한 횡단교가 단순한 보전을 넘어, 오래전부터 절실히 필요했던 일종의 환경적 재생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라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