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시장이 7월 31일 마감됐다. 휴스턴의 잭 그레인키 영입이 큰 화제가 되면서 단번에 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0순위에서 거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정사실화, 도장을 찍었다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저스틴 벌랜더-잭 그레인키-게릿 콜 이 나설 예정인 플레이오프에서는 최강 원 투 쓰리 펀치다. 4선발 웨이드 마일리는 비상시 혹은 불펜으로 돌릴 수도 있는 막강 투수진을 구성하게 됐다.
트레이드가 마감되면서 다저스가 패배한, 팀 전력을 강화하지 못한 실패한 팀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아니다. 그리고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는 성공한 적이 없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이 밝혔지만 더이상의 신인 유출은 하기 싫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한번도 트레이드를 통한 성공적인 전력 상승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인들을 잃으면 잃었지…
다저스는 트레이드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 2008년 7월31일 다저스로부터 메일이 한통 날아왔다.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고..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구나? 라고 거의 모든 다저스 출입기자들이 예상하며 다저스 구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ESPN에서 속보가 떴다. 그래서 김새긴 했지만 모두 충격이기는 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 매니 라미레즈가 들어왔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매니가 누구인가? 그 시절 매니는 ‘Manny being Manny'(매니는 매니이다) 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의 자기 캐릭터가 확실하고, 보스턴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깬 1등 공신이며, 고등학교때까지 단거리 육상선수이었음에도 안타를 치고 1루까지 뛰는 속도가 느린 선수고 협상도 되지 않고, 뒤뚱뒤뚱 수비도 못하는 것 같지만 웬만한 외야수만큼은 해주는 메이저리그 특급 선수다.
전반기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던 다저스에 후반기 합류해 타선을 이끌며 다저스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데 성공했다. 다저스 선수들의 “매니가 왔다. 힘을 내보자”라는 ‘으쌰으쌰’ 화이팅도 한몫했다.
다저스는 다저스 구장 좌측 뒷산에 매니우드(MANNYWOOD)라는 사인판까지 만들었다. (HOLLYWOOD를 본따 똑같이 만들었었다) 그런데 매니의 약빨(?)은 거기까지 였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챔피언스리그까지 갔지만 당시 다저스가 바라는 것은 지금과 같은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이후 금지약물복용이 드러나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냥 저냥 다저스에서 생활하다 여기저기로 트레이드 되다가 사라졌고, 대만에서 일본에서의 목격담이 올라오곤 했다. 다저스는 매니를 데려오기 위해 피츠버그와 보스턴 등이 엮인 3각 트레이드로 당시 다저스는 앤디 라루쉬와 브라이언 모리스를 잃었다.
그리고 다저스는 2012년 다시한번 수퍼스타 영입에 열을 올렸다. 자체적으로 키우지 못하고 이미 다 큰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또한번 유혹을 당했다. 미래보다는 당장의 구장 입장권 수익이 더 크다고 절실히 믿었던 것이라는 당시 나의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미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깨달았다(그거슨… 중계권계약 이었다. 관중수익과는 비교도 안될…)
2012년 8월 다저스는 또 보스턴으로 부터 애드리안 곤잘레스, 조쉬 베켓, 칼 크로포드, 닉 푼토를 데려오면서 5명의 앞길이 창창한 선수들을 내줬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제 역할을 한 선수는 에드곤(곤잘레스) 한명 뿐이었다.
2013년에는 리키 놀라스코를 영입하면서 마이너리그 유망주 3명을 마이애미에 내주는 등 트레이드를 통해 꾸준히 마이너리그 선수 유출이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다저스 구단주가 바뀌고, 사장단이 바뀌면서, 희한한 리빌딩이 시작됐다. 대형급 선수가 아닌 철저하게 숫자와 가능성등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면서 다저스의 전력이 상승했다. 이때 그 많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써지기 시작했다. (저스틴 터너, 크리스 테일러, 맥시 먼시, 등등등).
트레이드 불운을 떨쳐버렸다고 생각한 다저스는 ‘이제는 때가 됐다’며 다시 승부수를 던졌지만 역시 실패했다.
2017년 7월에는 텍사스에 유망주 등을 내주고 다르빗슈 유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지만 월드시리즈에서의 부진으로 팬들의 야유를 등지고 떠나야 했다.
2018년 7월에는 볼티모어로부터 매니 마차도를 영입하면서 다시 한번 ‘매니우드’ 사인판 건설을 논의했지만 역시 월드시리즈에서의 부진으로 재계약하지 않았다.
다저스에는 화수분이 있다.
다저스는 2019년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트레이드를 통해 실패한 사례보다 훌리오 유리아스,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작 피더슨, 알렉스 버두고, 최근에는 윌 스미스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다저스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트레이드 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충성적이며, 드라마틱했다. 괜히 트레이드로 외부인을 끌어들이기 보다 팀웍을 위해서도 훨씬 나아보였다.
그리고 이제 관중들도 그 부분을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2년째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하고 있는 다저스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우승으로 이끈다면 2년째 준우승으로 아쉬움에 무릎을 쳤던 다저스 선수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저스는 지금 전력으로도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10승도 20승도 50승도 70승 고지도 가장 먼저 점령했다. 로버츠 감독 말대로 지금 전력도 최고다. 외부인이 다저스 마을에 침입해 미끼를 던지는 것을 덥썩 무는 것 보다 현재 전력으로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다저스 미래를 위해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직도 마이너리그 랭킹 10위 안에 있는 다저스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위해서…
이번 트레이드 시장의 승자는 다저스다.
당장 류현진이 나왔던 7월 31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린 것도 다른 팀들이 트레이드로 그렇게 원했지만 다저스가 지켜낸 신인 포수 윌 스미스다. -이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