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년 방식을 이해했던 것일까? 새해 선물을 안기기 위해 기다렸던 듯 하다.
메이저리그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LA시간 12월 31일 한국시간 1월 1일 김하성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김하성의 발표 소식이 전해졌지만 공식 발표를 미뤄왔던 샌디에고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하성 입단을 알리고 계약 내용을 공개했다.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거쳐 공식 입단했다.
계약 기간은 4+1으로 4년 2800만 달러를 보장받고 옵션을 만족하면 최대 32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4년 뒤 옵션을 실행해 샌디에고에 남게 되면 5년 최대 39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4년 뒤 상호 합의가 전제조건으로 4년간의 활약으로 대박계약을 노리고 자유계약 선수가 될 수도 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김하성은 2015년부터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고, 2015년부터 2020년 까지 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2020년 성적은 138경기 출장에 타율 0.306,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했다.
김하성은 12월 2일 공식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시작했다. 포스팅 마감시한은 미국 시간으로 1월 1일 이었고, 마감 하루전에 입단한 셈이 됐다.
김하성에게 관심을 갖는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있었던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텍사스는 리빌딩을 해야하는 팀으로서 김하성이 출전보장을 받는다고 해도 당장은 팀 성적이 나지 않을 팀이다. 때문에 김하성으로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팀 리빌딩만하다 손해를 볼 수 있다.
토론토도 적극적으로 김하성 영입작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지만 사실 토론토는 유망주 내야수들을 키워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설들의 아들 캐반 비지오(휴스턴 킬러비 멤버였던 크렉 비지오 아들)가 2루수비를 보고 있고, 보 비셋(콜로라도 핵타선 중심 단테 비셋의 아들)이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쓸어넘기며 유격수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외계인 블라드미르 게레로의 아들 블라드미르 게레로 주닝가 3루수비를 보고 있다. 게레로 주니어가 1루 수비로 2020년 변화를 줬지만 2021 시즌 다시 3루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 선수들 중 하나를 외야수로 돌리고 김하성을 영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토론토가 김하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백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마이너리그 가능성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샌디에고는 텍사스의 리빌딩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매니 마차도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에릭 호스머도 버티고 있다. 두명의 다른 팀 대형 선수들 부럽지 않은 고액 연봉자들이 있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성장을 지난 시즌 야구팬들이 두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샌디에고는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우승도전!
그러면서 탬파베이의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데려왔고,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다르빗슈 유를 영입했을 때에는 일본어로 입단을 축하한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도 영입했다. 샌디에고는 두명의 투수를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 손꼽히는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디넬슨 라맷도 이번 시즌같은 활약을 펼쳐주면 원,투,쓰리 펀치가 완성되며 팔꿈치 수술을 받아 한시즌을 쉬게 될 마이크 클레빈저가 2022년 복귀하면 샌디에고는 원,투,쓰리,포 펀치가 완성된다. 샌디에고는 앞으로 1~3년 안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선수들 영입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하성은 이런 팀 분위기에서 살아남기만 한다면 (전제조건 살아남기만 한다면) 메이저리그 경쟁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선택이다.
문제도 있다. 샌디에고의 내야진이 나름 빵빵하다는 거다. 샌디에고는 3루수 매니 마차도나 버티고 있고, 유격수에는 타티스 주니어가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다. 그리고 2루 수비는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지난 시즌 좋은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로넨워스에게 외야수비 훈련을 시킨다고 하지만 크로넨워스는 태생이 유격수, 내야수다. 지난 시즌 타격에 눈을 뜬 거 같다는 코칭스태프의 이야기에 타격에 전념시키기 위해 외야수로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혈입성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같이 빽빽한 샌디에고 내야진에 김하성이 가세한다? 이 의문점에 대해 샌디에고의 단장 AJ 프렐러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프렐러는 “꼭 비는 자리에 맞는 선수만 필요합니까? 다재다능한 선수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입니다. 다저스가 그것을 이미 증명했습니다. 따라가는 겁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저스에는 키케 에르난데스와 크리스 테일러 등 전천후 선수가 전천후로 전포지션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하성에게서 키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하성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모습 120% 이상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편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한국 선수 총액 기준으로는 류현진의 6년 3600만달러보다 적지만 박병호의 미네소타 4년 1200만달러, 2015년 강정호는 4년 1100만달러보다 많다. 연봉만으로 따진다면 류현진의 600만달러 연봉보다 김하성의 625만달러가 많다. 연봉기준으로는 한국 선수 메이저리그 진출 최고액 연봉이다.
<이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