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또 무너졌다.
류현진은 17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는 등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11에서 4.34로 더 올랐다.
올 시즌 최소 이닝 소화에 그친 류현진은 팀이 2-5로 끌려가던 3회초 교체됐다. 팀이 3-7로 지면서 류현진은 시즌 9패(13승)째를 당했다. 류현진 자신의 시즌 최다패와 타이.
실점이 없었던 건 1회뿐이었다. 류현진은 선두 바이런 벅스턴을 헛스윙 삼진, 조지 플랑코를 중견수 뜬공으로 정리했다. 조쉬 도날드슨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0-0으로 맞선 2회 첫 실점이 나왔다.
선두 미겔 사노와 9구 승부를 벌이다 볼넷을 내줬다. 후속 롭 레프스나이더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1사 2루가 이어졌다. 루이스 아라에즈를 삼진 처리하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브렌트 루커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토론토 타선은 2회말 2점을 얻어내 류현진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3회초도 버티지 못했다.
선두 라이언 제퍼스에 중전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벅스턴에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내줘 2-2, 동점을 허용했다. 이때 중견수 코리 디커슨의 실책으로 벅스턴을 3루까지 보냈다.
계속된 무사 3루에서는 플랑코에게 던진 초구가 좌중간 펜스로 넘어가는 투런포로 연결됐다. 73.6마일(약 118㎞)짜리 커브가 높게 들어갔고, 플랑코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류현진의 수난은 계속됐다. 류현진은 후속 도날드슨에게도 풀카운트에서 커터를 던졌다가 우중월 홈런을 통타 당했다.
토론토 벤치는 류현진을 더 지켜보지 않았다. 연속 타자 홈런을 얻어맞으며 2-5로 전세가 뒤집어지자 곧바로 류현진을 교체, 마운드에 로스 스트리플링을 올렸다.
류현진은 지난 1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도 2⅓이닝 8피안타(2홈런) 7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반등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날은 더 빨리 무너지며 체면을 구겼다.
토론토는 선발 류현진이 내준 흐름을 되찾지 못하고 경기 내내 끌려갔다.
스트리플링이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 사노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아 점수 차는 2-6으로 벌어졌다.
토론토는 3회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홈런으로 반격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상대 선발 마이클 피네다에 왼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시즌 46호 홈런을 신고했다.
그러나 토론토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토론토는 6회초 루커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까지 허용하면서 승기를 완전히 내줬다.
연승에 실패한 토론토의 시즌 성적은 82승65패가 됐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와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밀리게 됐다.
2경기 연속 조기강판 당한 류현진은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느낌은 괜찮았던 것 같다. 중간으로 몰리는 게 있었고, 그게 홈런으로 연결됐다. 홈런 맞은 공 2개와 1회 정면으로 간 타구도 실투였는데 강하게 맞았다”고 돌아봤다.
꾸준함이 장점이던 류현진은 최근 신뢰할 수 없는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기복에 대해 장타를 문제로 꼽았다. “실투가 파울이 되면 투수에게 도움이 되는데 장타로 연결됐고, 한 이닝에 실점도 늘어났다”고 한숨을 삼켰다.
“선발 투수가 2경기 연속 5회 이전에 나오면 모든 선발투수들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찬가지”라며 답답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2017년과의 비교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기억은 안 난다. 지금은 선발 투수가 할 역할을 못하고 있다. 몸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때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못했을 때를 기억하는 건 안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컨디션도 괜찮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몸 상태는 전혀 이상이 없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너무나 낯선 류현진인 것만은 확실하다. 2경기 연속 조기 강판을 당했던 모습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류현진은 ‘커리어를 통틀어 이전에도 연달아 힘든 경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많진 않다”면서 “지금이 가장 안 되고 있다.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제구나 이런 부분을 가져가야 하고, 그런 부분에서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부진에 빠져있지만 추가 휴식에 대해서는 손을 내저었다. 류현진은 “그런 생각은 해 본적 없다.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못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