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황제’ 션 화이트(36·미국)가 마지막 현역 무대에서 올림픽 4위와 함께 작별을 알렸다.
화이트는 11일 중국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85.00점으로 12명 중 4위에 올랐다.
예선 4위로 결선에 오른 화이트는 2차 시기에서 85.00점을 받았다. 하프파이프는 세 차례 시기 점수 중 가장 좋은 걸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화이트는 스노보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2006년 토리노대회, 2010년 밴쿠버대회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18년 평창대회에서 정상을 탈환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3개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미끄러진 화이트는 만감이 교차한 듯 고글을 벗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과 동료 선수들은 떠나는 화이트를 위해 박수를 보냈고, 화이트는 미소와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심장 질환을 안고 태어나 허약했던 화이트는 6살 때, 형을 따라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신세계였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곳으로 뛰어올라 자신만의 기술을 선보이는데 큰 매력을 느꼈다.
빨간 머리카락 색 때문에 ‘플라잉 토마토’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창의적인 기술을 구성하는데 노력했다. 여름에는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훈련을 겸하며 감각을 유지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선 뉴질랜드에서 연습을 하다 약 7m 높이에서 얼굴부터 떨어져 62바늘이나 꿰매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화이트가 X게임(동·하계)에서 목에 건 메달은 총 23개다. 이 중 금메달만 15개인데 스노보드에서 13개, 스케이트보드에서 2개다. 최초로 동계 X게임과 올림픽에서 100점 만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화이트는 “마지막 시기에서 착지를 잘 하고 싶었지만 다리가 살짝 아팠다. 부담감 때문인지, 피곤해서인지 잘 모르겠다”며 “여행은 정말 행복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스노보드에 정말 고맙다. 나의 인생에서 스노보도는 사랑이었다. 울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지 않다”고 보탰다.
화이트보다 12살 어린 히라노 아유무(24·일본)가 96.0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히라노는 화이트의 경기 영상을 보고 성장한 ‘화이트 키즈’다.
2013년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겨울 X게임 데뷔 무대에서 슈퍼파이프 부문 은메달을 획득하며 단숨에 눈도장을 받은 실력파. 당시 겨우 15살이었다.
화이트는 경기가 끝나고 히라노를 찾아 포옹하며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했다.
황제의 퇴장과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히라노를 비롯해 메달리스트 3명을 향해선 “정말 자랑스럽다. 보너스 라운드(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고, 경기를 보는 게 즐거웠다”고 했다.
은메달은 호주의 스코티 제임스(92.50점), 동메달은 스위스의 얀 셰러(87.25점)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