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손흥민(토트넘)을 앞세워 11년 만에 중동의 강호 이란을 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손흥민, 김영권(울산)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최종예선 9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린 한국은 7승2무(승점 23)로 이란(7승1무1패 승점 22)을 따돌리고 A조 선두로 올라섰다.
이미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벤투 감독은 예고한대로 공격 축구를 통해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한국이 이란에 승리한 건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1-0) 이후 처음이다.
11년 동안 3무4패로 승리가 없었지만 이날 긴 징크스를 깼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이란을 상대로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2018년 8월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A매치 28승(10무4패)째를 신고하면서 단일 재임기간 기준 역대 한국 사령탑 최다승 자리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27승5무7패) 전 감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보르도)를 최전방에 세우고, 좌우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튼)에게 지원하도록 했다. 유럽파 삼총사가 책임진 공격라인이다.
정우영(알 사드)과 권창훈(김천), 이재성(마인츠)은 중원에서 공수의 연결고리를 맡았다.
포백에는 김진수(전북), 김영권, 김민재(페네르바체), 김태환(울산)이 자리했다. 골문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박스 안에서 하지사피에게 기회를 허용했지만 다행히 수비수 몸으로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전반 10분에는 황의조가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 왼쪽으로 빗나갔다.
좀처럼 이란의 골문을 열 수 없었다. 공방전이 이어졌으나 양쪽 모두 눈에 띄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이 해결사였다. 0-0으로 끝날 것 같았던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골키퍼에 걸렸지만 몸에 맞고 그대로 골라인을 넘었다.
1-0으로 기분 좋게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후반 1분 만에 상대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손흥민, 황의조가 연이어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좋은 기회였지만 이란 골키퍼 아미르 아베드 자데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후반 18분 한 골을 추가하며 이란의 전의를 상실하게 했다.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뚫어 이재성에게 내줬고, 이재성이 논스톱으로 연결해 김영권이 왼발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벤투 감독은 후반 21분 황의조를 대신해 K리그1(1부) 득점 1위 조규성(김천)을, 후반 33분에는 수비의 핵심 김민재를 빼고 박지수(김천)를 넣었다.
막판인 후반 41분에는 권창훈을 대신해 권경원(감바 오카사)을 투입했다.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4000여 관중이 찾아 만원을 기록했다. 정확하게 6만4375명이 입장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만원 관중은 2019년 3월26일 열렸던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 이후 3년 만이다. 2001년 개장 이래 10번째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득 찼다.
킥오프 직전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문구로 초대형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치며 인상적인 응원을 선보였다.
벤투호는 26일 출국해 29일 오후 10시45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UAE와 최종 10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