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투혼의 마스크맨’ 손흥민(30·토트넘)의 질주가 브라질이란 거대한 벽 앞에 멈춰 섰다.
손흥민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한국의 1-4 완패를 막진 못했다.
세 번째 월드컵 도전 끝에 16강 무대에 오른 손흥민의 도전은 브라질에 막혀 중단됐다.
‘슈퍼스타’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와의 세 번째 국가대표 맞대결에선 또 고개를 숙였고, 토트넘 동료이자 절친한 사이인 히샤를리송에도 판정패했다.
사상 첫 원정 8강 도전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손흥민의 이번 월드컵을 실패라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손흥민엔 그야말로 투혼의 대회였다.
대회 개막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소속팀 경기 도중 왼쪽 눈 주위가 골절돼 월드컵 출전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초 마르세유(프랑스)와의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선수와 경합하다 안와 골절상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회복까지 최대 3주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에도 손흥민은 ‘1%’의 희망을 놓지 않았고, 벤투호의 최종 명단 26명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에도 초인적인 회복 능력을 보였던 손흥민은 이번에도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수술 후 소속팀에서 제작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조별리그 첫 경기가 열리기 약 일주일 전 결전지인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만 해도 손흥민의 왼쪽 눈 주위는 부기가 남아 있었고, 훈련 중 마스크 착용이 불편해 보였다.
격렬한 몸싸움이 오가는 실전에도 손흥민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었지만, 대표팀 캡틴인 그는 상대와 충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우루과이와 1차전(0-0 무) 경기부터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가나와의 2차전(2-3 패)엔 팀이 끌려가자 헤딩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16강 운명이 걸렸던 포르투갈과 3차전(2-1 승)에서도 오버헤드킥은 물론 뛰다가 마스크가 벗겨지자 손에 들고 뛰기까지 했다.
손흥민은 괜찮다고 했지만, 마스크 착용으로 시야에 방해를 받으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특히 빠른 크로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드리블 과정에서 패스 타이밍이 늦었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의 클래스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 빛났다.
포르투갈과 경기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은 약 70m를 질주한 뒤 상대 수비수 3명을 따돌리는 기막힌 전진패스로 황희찬(울버햄튼)의 극장골을 이끌었다.
브라질과 16강전에서도 손흥민의 투혼은 계속됐다.
수술 후 한 달 가까이 돼 뼈가 이전보다 많이 붙었다곤 하나, 완벽히 회복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전 경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헤딩 경합을 시도했다.
그 사이 네이마르는 페널티킥으로 이번 대회 첫 골을 터트렸고, 토트넘 동료인 히샤를리송도 이번 대회 3호골을 기록했다.
브라질에 일찌감치 4골을 허용하며 사실상 승부가 기운 뒤에도 손흥민은 손뼉을 치며 동료들을 다독였다.
후반 2분엔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타 결정적인 슛을 시도했으나, 알리송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땅을 쳤다. 또 후반 23분에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시도한 슛이 수비수 몸에 맞고 무산됐다.
한 골만 더 추가했다면, 3개 대회 연속골 포함 통산 4호골로 안정환과 박지성을 넘어 한국 축구 월드컵 최다골 주인공이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