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A매치 첫 승리를 다음으로 미뤘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A매치 평가전에서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사령탑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5경기를 치르는 동안 3무2패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역대 한국을 이끈 외국인 사령탑 중 최장 경기 무승 기록을 불명예스럽게 계속 이어갔다.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선 콜롬비아와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에 1-2로 졌다. 6월에는 페루에 0-1로 패했고, 엘살바도르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첫 유럽 원정에서 야심차게 마수걸이 승리를 기대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소집 직전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손흥민(토트넘)의 유효슈팅 1개만 있었을 뿐 경기내내 지루한 흐름이었다. 한국은 이날 슈팅 4개, 유효슈팅 1개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주도권은 웨일스가 잡은 경기였다.
웨일스는 한 차례 골대를 때리는 등 슈팅 11개,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전방에 조규성(미트윌란)과 함께 손흥민을 배치했다. 좌우 측면에는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을 세웠다.
중원에선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박용우(알아인)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 수비는 군사훈련으로 6월 A매치 때 결장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함께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 이기제(수원)가 맡았다.
골문은 김승규(알샤밥)가 지켰다.
한국은 초반 패스 실수나 불안한 볼 처리로 역습의 빌미를 허용했다. 빠르게 대응해 위기는 피했지만 어수선했다.
전반 10분 이후부터 웨일스가 본격적으로 흐름을 잡았다.
한국은 전반 13분 웨일스의 패스 플레이에 중앙 수비가 뚫렸다. 해리 윌슨의 슈팅이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에 걸렸지만 실점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공격에선 유기적이지 못했다.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자연스레 조규성, 손흥민 등 공격진이 전방에 고립되는 모습이 잦았다.
그나마 전반 36분 왼쪽 측면에서 조규성을 겨냥한 이기제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인상적이었다.
답답한 흐름에서 손흥민이 나섰다. 전반 39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웨일스의 골문을 노렸다. 이날 한국의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한국은 전반 막판 좌우 측면을 공략하며 분위기를 올렸지만 전반 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 들어 변화를 기대했지만 전반과 마찬가지였다. 후반에는 유효슈팅마저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6분 황인범, 홍현석을 불러들이고 이순민(광주), 황희찬(울버햄튼)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오히려 웨일스가 후반 20분 키퍼 무어의 헤더로 골대를 때리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은 다시 후반 28분 조규성을 빼고 황의조(노리치시티)를 투입했다. 또 양현준(셀틱)은 후반 39분 이재성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으며 A매치 데뷔 무대를 치렀다. 이동경(울산)도 박용우의 자리를 대신했다.
포지션 배치나 전술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결국 승부는 득점없이 끝났다.
웨일스의 공격을 침착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낸 수문장 김승규의 활약이 돋보였다.
또 6개월 만에 A매치를 치른 김민재는 세계적인 수비수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높이와 몸싸움에서 압도했고, 패스 차단도 탁월했다. 전방으로 보내는 패스 역시 위협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잦은 외유성 행보와 ‘재택근무’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 운영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준수한 경기력과 승리라는 결과로 대답하려 했지만 무기력한 내용으로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
클린스만호는 12일 오전 9시30분(LA 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제임스파크로 장소를 옮겨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