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축구가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초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결승전에서 조영욱(김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4 인천 대회를 시작으로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남자축구에서 3연패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만(1954·1958년), 미얀마(1966·1970년), 이란(1998·2002년)이 2회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축구 종목에선 두 번째다. 중국 여자축구가 1990 베이징 대회, 1994 히로시마 대회, 1998 방콕 대회에서 3연속으로 시상대 제일 위에 선 적이 있다.
또 한국 남자축구의 통산 6번째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1970 방콕 대회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78 방콕, 1986 서울,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역 군인인 김천 상무 소속의 조영욱은 1-1로 팽팽한 후반 11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은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값진 동점골로 물오른 골 감각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등극했다.
황 감독은 조영욱을 최전방에 세우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고영준(포항), 정우영으로 이어지는 2선 조합을 활용했다.
허리에는 주장 백승호(전북)와 정호연(광주)이 자리했다.
수비 포백은 박규현(드레스덴), 박진섭(전북), 이한범(미트윌란), 황재원(대구)으로 구성했고, 골문은 이광연(강원)이 지켰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실점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오른쪽 수비 측면이 뚫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측면 크로스가 연결되면서 페널티박스 안에 자리한 우치노 고타로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당황하지 않고, 한층 강한 전방 압박으로 일본의 공격 전개를 불편하게 했다.
다시 균형을 맞추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반 27분 황재원이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를 정우영이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중원부터 압박의 정도를 강하게 유지한 한국은 공세를 이었지만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은 1-1로 끝났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수비수 박진섭은 전반 도중 부상을 입어 붕대 투혼을 발휘했다.
후반 초반 전세를 뒤집으며 승기를 잡았다. 해결사는 조영욱이 맡았다.
후반 11분 황재원이 기습적인 돌파로 일본의 중앙을 무너뜨렸고, 정우영이 상대 수비수와 경합 중 흐른 공을 조영욱이 집중력 있게 오른발로 때려 역전골을 터뜨렸다.
황 감독은 2-1로 주도권을 잡자 후반 17분 정우영, 고영준을 빼고 홍현석(헨트), 송민규(전북)를 투임하며 새로운 조합을 구성했다.
역전골의 주인공 조영욱이 후반 21분 역습 기회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오른발로 절묘하게 감아서 때렸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이강인은 후반 26분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강한 왼발슈팅으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은 후반 27분 이강인, 조영욱을 대신해 엄원상(울산), 안재준(부천)을 넣었다.
공격 라인을 새롭게 하면서 전방 압박의 강도를 경기 초반처럼 계속 유지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에서 발목을 다쳤던 엄원상은 장기인 스피드를 살리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후반 38분 역습 기회에선 빠른 스피드를 살려 감각적인 왼발 슛을 시도했다. 골키퍼 선방에 걸렸지만 전개와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황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박규현을 빼고 설영우(울산)를 투입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작전도 구사했다.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황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얼싸안고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