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이정후(25)에게 이제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MLB)의 시간이 시작됐다.
지난 7월말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이정후는 지난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최종전에 대타로 출전해 경기를 소화했다.
이미 지난 시즌 뒤 MLB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가 키움 팬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였다.
경기를 마친 뒤 “(홈구장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뭉클했다. 앞으로 7년보다 더 긴 야구 인생이 남았겠지만, 내가 처음 시작했던 이 7년은 가슴 속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다.
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에 OPS(출루율+장타율) 0.898의 성적을 냈다. 지난 시즌에는 타율, 최다안타, 타점왕, 출루율, 장타율 1위를 휩쓸며 5관왕에 등극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2022시즌을 마친 후 MLB 도전을 공식화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하는 상황이라 키움 구단의 허락까지 일찌감치 받아 놨다. 올해 1월말에는 MLB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았다.
공·수·주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이정후에게 MLB 구단들의 관심도 뜨겁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10일 직접 고척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고,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라 뉴욕 양키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NBC스포츠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이번 시즌을 결산하면서 이정후 영입을 추천했다.
KBO리그에서 7시즌을 채운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을 거친다.
2018년 개정된 한·미프로야구 협정에 따르면 포스팅 공시 후 30일 동안 MLB 30개 구단이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키움이 챙길 포스팅 금액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계약 규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MLB 구단이 선수에게 제시한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면 이 중 20%를 전 소속구단에 지급한다.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5000만 달러 사이면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와 2500만 달러 이상 금액에 대한 17.5%를 더해 주게 된다.
전체 보장 금액이 5000만 달러를 초과하면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 2500만~5000만 달러의 17.5%, 5000만 달러 초과 금액의 15%를 모두 더해 전 구단에 낸다.
2020시즌 뒤 김하성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시 원 소속팀이던 키움은 552만5000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받았다.
빅리그 선배인 김하성은 이정후의 성공을 장담했다.
지난 11일 귀국길에서 “(이)정후가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라 조언할 것은 딱히 없다. 타격, 수비, 주루 모두 뛰어나다. MLB 선수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