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말레이시아와의 치열한 경기 끝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를 조 2위로 통과했다. 16강에서 한일전이 펼쳐질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예상 밖 결과로 무산됐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을 치러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상대 자책골, 손흥민(토트넘)의 득점으로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승2무(승점 5)의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16강 상대는 미정이다. 오는 26일 오전 0시 F조의 사우디아라비아와 태국전 승자와 16강에서 붙는다.
경기 장소와 시간은 확정됐다.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토너먼트 첫 경기를 소화한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한국 대표팀에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다.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강호’ 포르투갈을 2-1로 누르고 사상 두 번째 원정 극적 16강을 확정했던 경기장이다.
조 1위는 2승1패(승점 6)를 기록한 바레인이다. 바레인은 같은 시각 열린 요르단과의 맞대결에서 전반 34분에 터진 압둘레 헤랄의 선제골을 잘 지키며 1-0으로 승리했다.
바레인은 D조 2위인 일본과 16강전을 치른다.
경기 전에는 16강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다. FIFA 랭킹 130위인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우승 후보인 한국이 쉬운 승리를 거둘 거란 기대가 따랐다.
한국이 승리를 거뒀다면 조 1위로 16강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에 유력한 우승 후보 두 팀이 결승이 아닌 16강에서 만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 결과로 한일전은 무산됐고, 바레인이 일본을 만난다.
한편 1승1무1패(승점 4)로 조 3위를 기록한 요르단도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뿐 아니라 조 3위 중 상위 4개 팀까지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요르단은 상위 4개 팀에 포함되며 조 3위를 기록하고도 16강에 올랐다.
카타르나 이라크를 만날 예정이지만 상대가 확정되진 않았다. 역시 F조 3차전이 끝난 뒤에 결정된다.
현재 F조 3위 오만과 4위 키르기스스탄 결과에 달렸다. D조 3위인 인도네시아와 F조 3위 중 어느 팀이 16강에 올라오는지에 따라 상대가 정해진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24일 다른 조 경기 결과 덕분에 조기 16강을 확정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조 1위 16강 통과를 목표로 하며 말레이시아전에 로테이션 없이 베스트일레븐을 가동했다.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을 중심으로 손흥민, 정우영,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그 뒤를 받쳤다.
황인범(즈베즈다)이 백포 라인 앞에 자리했으며, 설영우, 김영권(이상 울산 HD),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태환(전북현대)이 수비라인을 꾸렸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부상으로 지난 1, 2차전에서 명단 제외됐던 황희찬(울버햄튼)과 김진수(전북)는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적인 운영을 펼친 한국은 전반 21분 득점에 성공했다.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정우영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슈팅은 상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라인을 넘었다.
주심은 곧장 골을 선언하지 않고,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을 확인한 뒤 득점을 인정했다.
이후 한국은 추가골을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조규성, 이재성, 이강인 등을 앞세워 말레이시아 골망을 노렸다.
전반 44분 조규성이 좋은 기회를 넣었다. 설영우가 페널티박스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6분 말레이시아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페널티박스 앞쪽에서 공을 소유하던 황인범이 상대 압박에 쓰러지며 공을 놓쳤다. 역습으로 전환한 말레이시아의 파이살 할림이 승부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흐름을 탄 말레이시아는 역전골까지 넣었다. 박스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설영우가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범했다. 주심은 VAR을 거친 뒤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후반 17분 키커로 나선 아이프 아이만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한 한국은 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후반 17분 조규성과 황인범이 빠지고 황희찬과 홍현석(헨트)을 투입했다.
후반 30분에는 정우영, 설영우를 대신해 오현규(셀틱), 김진수까지 투입했다. 공격, 미드필더, 수비를 모두 바꾸면서 동점골을 노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골망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후반 33분 김진수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겨냥했으나 영점이 정확하지 않았다.
위기에 빠진 한국을 이강인이 구했다. 후반 38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강인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득점은 상대 골키퍼인 시한 하즈미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후반 46분 한국이 다시 앞서갈 기회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을 오현규가 받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들에게 반칙을 당했다.
주심은 VAR을 확인한 뒤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후반 49분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듯했으나 말레이시아가 경기 종료 직전 승부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후반 60분 로멜 모랄레스가 동점골에 성공, 경기는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