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감독의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후폭풍이 거세다.
전날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하면서 모든 결정을 ‘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 간 비교와 판단, 최종 결정과 설득까지 이 이사 단 한 명의 판단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내게 모든 권한을 줬고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사임 의사를 밝힌 뒤 9명의 전력강화위원 중 물러난 4명을 제외한 5명 위원과 화상 회의를 통해 사령탑 선임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국가대표 감독은 전력강화위 추천을 통해 협회 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는데, 협회는 법무팀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추후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이 이사의 단독 결정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결국 이 이사는 정 위원장이 물러나기 전 3명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를 모두 만났고, 고심 끝에 홍 감독을 선택했다.
그는 이달 2~4일 유럽에서 만난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두 외국인 감독보다는 홍 감독이 한국 축구를 이끌기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렸다.
귀국 당일인 지난 5일 늦은 밤 홍 감독의 자택으로 찾아간 이 이사는 오랜 설득 끝에 홍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의 면담 내용, 후보자 간 비교, 홍명보 감독을 최종 결정한 이유 등을 전력강화위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이 이사는 “판단은 오로지 나 혼자 했다. 홍 감독을 만난 뒤 전력강화위를 다시 소집하고 미팅해야했지만, 미팅 후 다시 언론을 통해 외부로 정보가 나가는 게 두려웠다”며 “5명 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최종 후보 중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겠냐고 동의를 구했고, 내가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을 새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것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그는 “저의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해도 좋다.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개월간 새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감독의 선임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폭로했다.
박주호는 “홍 감독 선임은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내부에서 활동한 실무자인데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의하기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냐’는 대화가 오갔다. 외국 감독을 제안하면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국내 감독에 대해선 무작정 좋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박주호의 주장은 이 이사의 브리핑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이사가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최종 선택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고 했지만, 박주호의 말대로라면, 제대로 된 소통이 오갔는지 의문이다.
이임생의 독박과 박주호의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과 이틀 만에 마음을 바꿔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홍 감독에 대한 시선도 따갑다.
이 이사의 브리핑이 있던 날 축구회관에는 홍 감독의 선임을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도착했고, 홍 감독의 변심에 배신감을 느낀 울산 서포터스는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규탄했다.
매끄럽지 못한 새 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홍명보호는 출항전부터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