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겠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100% 확신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한 말이다.
계약 발표 이후 약 11개월이 지난 2024년 10월 30일 오타니는 마침내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우승 갈증을 풀었다.
다저스는 31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4 MLB 포스트시즌(PS) WS 5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7-6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양키스를 4승 1패로 물리치고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0년 이후 4년 만의 WS 정상 정복이다.
누구보다 우승을 향한 열망이 컸던 오타니는 다시 한 번 ‘샴페인 샤워’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오타니는 현 시대 MLB 최고의 스타이자 세계 야구의 ‘아이콘’이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2018년 LA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MLB에 입성한 오타니는 ‘투타 겸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MLB 데뷔 첫 해 투수로 10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3.31, 타자로 114경기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 10도루의 성적을 내며 그해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마운드와 타석을 오가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21년 타자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26도루 103득점, 투수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작성한 오타니는 만장일치로 AL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오타니는 2023년에도 타자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20도루 102득점, 투수로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또 만장일치로 MVP를 품에 안았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한 선수가 두 번 이상 만장일치로 MVP에 등극한 것은 오타니가 사상 최초였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 뛰지 못했지만, 타자에 전념하며 자신의 가치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그는 54홈런, 59도루를 기록해 MLB 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써냈다.
올해 정규시즌에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6의 성적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홈런, 타점, OPS 1위를 휩쓸었고, 타율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일본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오타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었다. 바로 WS 우승이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뛴 2018~2023년 가을야구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23시즌을 마친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된 오타니가 다저스행을 택한 것은 우승을 향한 갈증을 풀고 싶어서였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10년, 7억달러(약 9642억원)에 다저스와 계약했다. 우승 열망을 안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강자로 군림하는 다저스로 향했다.
계약 당시 오타니는 “(협상 과정에서) 마음에 남은 말은 ‘다저스가 경험해온 지난 10년을 전혀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모두 강하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오타니의 우승을 향한 열망은 ‘지급 유예’라는 독특한 계약 형태에서도 드러났다.
오타니는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연봉 200만달러, 총 2000만달러를 받고 뛰기로 했다. 계약 총액의 97%인 6억8000만 달러(약 8944억원)는 계약 종료 후 2034년부터 10년 동안 나눠 받는다.
이런 계약 조건 덕에 경쟁균형세 부담을 던 다저스는 지난 겨울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전력을 보강할 수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계약기간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35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MLB 투수 사상 최장 기간, 최고 총액 계약 기록이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타일러 글래스노우와도 5년 1억3650만달러에 계약했고, 정상급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도 1년 2350만달러에 영입했다.
화려한 전력을 구축한 다저스는 올해 NL 서부지구 정상에 섰다. 3년 연속 지구 우승이다.
NL에서 최고 승률을 기록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에 직행했고, 방망이만으로도 팀의 지구 우승에 커다란 힘을 더한 오타니도 마침내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PS에서도 타자로만 뛴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NLDS에서 타율 0.200에 머물렀다. NLDS 1차전에서 3점포를 쏘아올렸으나 이름값에 비해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다저스가 NLDS에서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려 자칫 가을야구를 일찍 접을 뻔했던 오타니는 팀이 4, 5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타니는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에서는 6경기 타율 0.364 2홈런 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85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다저스가 메츠를 4승 2패로 물리치고 WS 무대를 밟은 후 오타니는 “WS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했고, 겨우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샴페인 샤워는 몇 번을 해도 좋다. 한 번 더 샴페인 샤워를 하고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우승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오타니는 WS에서 2차전에 도루를 하다 어깨를 다친 후 다시 힘을 쓰지 못했지만, 다저스가 우승을 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WS 우승으로 오타니는 훈장 하나를 더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