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팀 동료인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해 비판받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7경기 출전 금지와 함께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8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18일(현지시각)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성명을 통해 벤탕쿠르가 부적절한 태도로 행동하거나 학대 또는 모욕적인 말을 사용해 경기의 평판을 나쁘게 해 FA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이 같은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벤탕쿠르 본인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독립 규제위원회는 청문회를 거쳐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해 제재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2023-2024시즌을 마친 벤탄쿠르는 자국 우루과이에 머물면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나는 이미 너의 유니폼을 갖고 있으니, 한국인의 셔츠를 가져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토트넘에서 함께 뛰고 있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벤탄쿠르는 “어쩌면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진행자도 “맞다”고 동조하며 웃어넘겼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됐고,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를 전했다.
지난 9월 손흥민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FA에서 (징계 관련으로) 처리하고 있어 많은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난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우리는 좋은 추억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나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고 진심이 느껴졌다”며 “프리시즌을 위해 훈련장으로 돌아왔을 때 정말 미안해했다. 거의 울고 있었다”며 벤탄쿠르를 용서했다고 전했다.
13일 영국 BBC는 “FA는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벤탄쿠르를 기소했다”라며 “FA는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태도로 모욕적인 발언을 했으며 발언이 국적이나 인종을 차별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더 중대한 위반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기소문에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FA는 벤탄쿠르를 E3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E3.1 규정에는 ‘부적절하거나 경기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적인 행동,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 또는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했다.
또 “E3.2 규정에는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이 중 하나 이상을 명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언급한 경우에 가중 위반’이라고 적혀있다”며 “규정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소 6경기에 최대 12경기까지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수 있고 7경기 출전 정지가 유력한 상황”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것이 적중했다.
이번 징계를 두고 전문가들은 “7경기 출전 금지 중징계에 더해 2억가량의 벌금까지 더해진 것은 FA가 그만큼 인종 차별에 대해 엄정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트넘 홋스퍼는 벤탄쿠르의 출전 금지 징계에 더해 소속 선수 일부와 감독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불화설이 나오면서 악재가 겹친 것으로 전해진다.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인 선수는 징계를 받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포함해 데스티니 우도기, 굴리엘모 비카리오,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