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에인절스는 곧바로 아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인터리그 3연전에 돌입했다. 빅에이 스타디움의 조명이 켜지는 저녁, 화씨 73도의 청명한 밤공기 속에 오늘 경기는 시작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선발 투수 매치업이었다. 아틀란타의 크리스 세일과 에인절스의 호세 소리아노. 두 팀의 에이스가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세일은 현재 2승에 ERA 0.75, 소리아노는 그보다 더 완벽한 2승 ERA 0.00. 작년까지 싱커와 커브 위주로 던지던 소리아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심 패스트볼을 다듬고 제구가 불안했던 스플리터까지 무기로 추가했다. 투수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경기 전 덕아웃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마이크 트라웃 이야기로 시작됐다. 지난 경기에서 왼손등에 타구를 맞은 트라웃은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지만 타박상으로 오늘 라인업에서 빠졌다.
스즈키감독은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하루하루 지켜보면서 결정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빠른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트라웃 소식 외에도 화제는 많았다. 지난 경기에서 빅리그 데뷔 선발 등판을 소화한 조지 클로슨의 다음 선발 여부에 대해 스즈키 감독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벤 조이스에 대해서는 “불펜 피칭을 하고 있고 컨디션이 좋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건 아직 없다. 빨리 실전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번트와 스몰볼에 대한 질문에는 특유의 소신을 드러냈다. “저는 상황주의자예요. 홈런이 필요하면 홈런을 노리고, 번트가 맞으면 번트를 시키는 거죠. 특정 원칙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읽고 결정합니다. 스몰볼, 좋아해요.”
경기는 1회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틀란타 2번 타자 드레이크 볼드윈이 소리아노의 공을 받아쳐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처음 맞는 자책점이었다. 하지만 소리아노는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후 타자들을 차례로 잡아내며 1회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효율적으로 던지고 집중력을 유지해야 해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계속 던졌어요.”
에인절스의 반격은 빠르게 왔다. 1회말 1번 타자 잭 네토가 세일의 빠른 공을 정확히 잡아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순식간에 1:1 동점. 경기 전부터 “아무도 우리가 이길거라 생각 안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믿는다”고 했던 네토다운 타격이었다.
균형이 무너진 건 4회말이었다. 세일이 제구 난조를 보이며 볼넷을 내주기 시작했다. 스즈키 감독이 “칸델라리오의 볼넷이 결정적이었다”고 했을 만큼, 에인절스는 욕심 부리지 않고 볼을 골라내며 차곡차곡 압박을 가했다.
그 압박이 터졌다.
조 아델이 세일의 공을 받아쳐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꽂아넣었다. 스즈키 감독은 경기 후 눈을 빛내며 말했다. “세일 상대로 홈런을 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라인드라이브 로켓이었어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 아델 본인도 오늘 타석에서의 변화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시즌 초반 일주일은 타이밍 맞추는 과정이었어요. 볼은 잘 맞았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단단하게 맞지 않았거든요. 삼진 후 두 번째 타석에서 생각을 바꿨어요. 막히는 걸 감수하고 스위퍼를 쫓아가지 말자, 높은 공을 기다리자.” 그 기다림이 결국 홈런으로 보답했다.
에인절스는 그렇게 세일을 4회에 무너뜨리며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최종 스코어 6:2 완승.
소리아노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차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포수 로건 오하피와의 호흡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통이 많아졌어요. 매번 그라운드에 나가기 전에 같은 페이지에 있으려고 노력해요. 소통이 많을수록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어요.”
스즈키 감독도 그 배터리 듀얼을 극찬했다. “정말 대단했어요. 브레이브스는 삼진을 잘 안 당하는 팀인데 그걸 해냈거든요. 구위도 구위지만 오하피와 소리아노가 완벽하게 호흡이 맞았어요.”
소리아노가 이 흐름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스즈키 감독은 웃으며 짧게 답했다. “더 잘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지금 하던 대로 가는 것. 그의 멘탈이 정말 안정적이에요. 계속 잘 할 거라 믿습니다.”

오늘 밤 세일을 상대로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꽂아넣은 조 아델은 사실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을 피운 선수다. 노스캐롤라이나 셸비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켄터키 루이빌로 이사한 그는 동네 리크리에이션 리그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 스콧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출신의 전직 프로 풋볼 선수. 운동 DNA는 타고났지만, 그걸 야구로 꽃피운 건 순전히 아델 자신의 집념이었다. 루이빌 대학교 진학을 약속했지만 2017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0번픽으로 지명되자 주저 없이 프로의 길을 택했다.
빅리그에서의 초반은 순탄하지 않았다. 최고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짐이 됐고,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며 긴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즈키 감독이 ‘매일 노력하는 선수’라고 했을 때, 그건 빈말이 아니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만이 아니다.
아델은 고향 루이빌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청소년 야구 재단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네 리크리에이션 리그에서 시작한 자신처럼, 다음 세대에게도 그 첫 번째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단순한 승리 이상의 목표를 밝혀온 스즈키 감독에게 오늘 경기의 키 포커스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한 단어로 압축했다. “준비요.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해줬어요. 경기장에 나와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에너지를 가득 담아 뛰었어요. 소리아노가 마운드에서 저렇게 해주니 나머지가 조금 더 쉬워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것보다 선수들이 서로를 위해 함께 뛴다는 것, 그 유대감이 진짜 키였습니다.”
트라웃이 빠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밤, 에인절스는 그 빈자리를 팀 전체가 메웠다.
빅에이 스타디움의 전광판에 6:2 승리 스코어가 빛났다. 에인절스의 4월은 계속된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