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주강국들은 달 탐사를 두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세계 7번째 달탐사국 등극을 목표로 지난 5일 달궤도선을 쏘아올리면서 참전했다. 과거 20세기 이뤄진 달탐사 경쟁이 자존심을 건 기술력 대결이었다면 21세기에는 자원 등 경제적인 실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올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 19개국과 유럽 우주국(ESA)에서 106개의 달 궤도 및 달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50여년 전의 달 탐사는 일회성으로 그 자체가 최종 목표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달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하는 등 지속할 수 있는 목표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달에 인류 발자국을 남긴 미국은 53년 만인 2019년 5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국제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오는 2025년 유인 달 착륙을 시도하고, 2028년에는 달에 영구 탐사기지를 건설해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10번째 참여국인 한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우크라이나 등 총 20개국이 합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르테미스에 맞서 우주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념이 아닌 경제와 외교를 중심으로 고조되는 신냉전 구도가 우주전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 우주개발 대립 구도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오는 2029년께 달 연구기지(ILRS)를 우주 공간에 건설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2019년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데 이어 연내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성할 예정이다. 203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달 유인 기지 건설 계획은 2027년으로 당겼다.
강대국들이 달 탐사에 다시 목을 메는 것은 3가지 이유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달에는 헬륨-3, 희토류 등 희소하고 값비싼 자원이 많다. 달이 하늘에 떠 있는 광산이라는 별칭이 나온 배경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TV 등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적이지만 지구에서는 생산지가 제한적인 전략자원이다.
특히 헬륨-3는 1g을 핵융합하면 석탄 40톤어치 에너지를 내면서도 방사성물질을 내뿜지 않는 꿈의 연료다. 만약 100만톤만 있으면 인류 전체의 1년치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률 원장은 “달에는 밝혀진 희귀자원만 수십 종에 이른다”면서 “그중 관심을 갖는 건 바로 헬륨-3와 희토류로, 달에는 약 110만톤에 달하는 헬륨-3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두번째는 달은 지구의 과거를 연구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달은 대기가 희박하고 진공 상태라서 46억년 전 지구와 달이 탄생할 때의 비밀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달을 심우주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달은 지구와 가장 가깝다. 또 중력이 약해 적은 연료로 로켓을 쏠 수 있고 달에 이미 존재가 확인된 물을 분해해 인간 거주시설을 운용할 수도 있다.
이 원장은 “달의 남극에 물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달의 효용가치는 더욱 커졌다”면서 “달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생산해 생존에 활용하고 화성 등 더 먼 행성으로 가기 위한 로켓 등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존 구이디 NASA 우주탐사시스템부 부국장은 “1960년대에는 달 탐사가 국가적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경제적 기회, 과학적 기회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지구를 벗어나 우리의 존재를 태양계에 확장하는 도전이기에 우리는 다시 달로 돌아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인) 화성에 가기를 희망한다. 물론 굉장히 먼 곳이지만 어딘가에서부터는 시작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달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