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계절 겨울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구글이 애플의 독주 견제 카드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준프리미엄폰인 ‘갤럭시 S23 FE’, 구글은 AI(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픽셀8’ 시리즈를 차례로 공개했다.
구글 AI폰의 진수 ‘픽셀8’ 시리즈 공개…마술같은 사진·영상편집
구글이 지난 4일(현지시간)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공개한 ‘픽셀8’ 시리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이 접목된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AI 기능은 주로 사진·동영상 편집 도구에 집중됐는데, 구글은 자체 개발 AP(앱 프로세서)인 ‘텐서 G3’ 칩을 통해 AI 및 머신러닝 작업 처리 능력을 향상했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구글 포토의 ‘매직 에디터’에는 생성형 AI가 적용돼 간단한 조작 만으로 피사체의 위치, 크기를 조정하거나 색다른 배경을 설정할 수 있다. 불필요한 이미지를 지우는 ‘매직 이레이저(지우개)’, 비슷한 사진 여러 장으로 최선의 작품을 만들어주는 ‘베스트 테이크’ 기능도 있다.
동영상 촬영의 경우에는 ‘오디오 매직 이레이저’가 시끄러운 바람이나 군중 소리 등을 간편하게 제거해준다.
구글은 픽셀8 시리즈와 함께 생성형 AI와 결합한 AI 비서인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도 공개했다. 향후 해당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픽셀8의 AI 관련 기능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픽셀8은 전작과 비교했을 때 외부 디자인을 개선해 그립감을 높였다. 특히 픽셀8 프로의 경우 120㎐(헤르츠) 주사율에 역대 구글 스마트폰 중 가장 밝은 화면을 자랑한다. 기본적인 카메라 성능도 전작보다 강화돼 5000만 화소 메인 렌즈를 비롯한 트리플 카메라와 셔터 스피드, ISO, 줌 등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프로 컨트롤 기능 등이 담겼다.
픽셀8 시리즈의 가격을 살펴보면 일반 모델은 699달러(약 94만원), 프로 모델은 999달러부터 시작해 전작보다 100달러 인상됐다. 기본 모델 가격은 아이폰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픽셀8 프로는 아이폰15 프로의 시작가와 같다. 구글이 AI 폰이라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애플에 제대로 도전장을 던지는 양상이다.
2년 만의 ‘갤럭시 FE’ 귀환…삼성 가성비 플래그십으로 시장 수성
삼성전자도 준프리미엄폰인 갤럭시 S23 FE를 내놓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FE 신작을 선보인 것은 지난해 1월 갤럭시 S21 FE 이후 약 2년 만이다.
갤럭시 S23 FE는 상반기 출시됐던 삼성전자의 플래그십폰 갤럭시 S23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카메라의 경우 S23과 다른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다. 5000만 화소 렌즈와 3배 광학 줌 렌즈를 비롯한 트리플 카메라가 장착됐다.
또한 S23 시리즈에 탑재된 와이드 센서가 동일하게 적용됐으며, 나이토그래피 기능을 탑재했다. 광학식 손 떨림 보정(OIS) 각도와 전·후면 카메라의 동영상 손떨림 보정(VDIS) 기술도 그대로 이식됐다.
화면의 경우 S23 시리즈와 같은 163.1㎜(6.4인치)의 다이나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가 채용됐다. 배터리는 4500mAh로 3900mAh의 갤럭시 S23보다 S23 FE의 용량이 더 크다. 디자인도 S시리즈를 계승해 새로운 플로팅 카메라와 더 작은 카메라 홀, IP68 방수·방진 기능이 적용됐다.
다만 S23 FE는 준프리미엄 모델인 만큼 플래그십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AP인 엑시노스 2200을 장착했고, 액정 내구성도 고릴라 글래스 빅터스2를 사용한 S23이 더 뛰어나다.
S23 FE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플래그십폰에 견줄 수 있는 성능을 보이면서 가격을 크게 낮췄다. S23 FE의 미국 시장 출고가는 599달러인데, S23 일반 모델의 시작가인 799달러보다 200달러를 낮추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애플, 4분기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급증…삼성·구글의 준프리미엄·AI 폰 전략 먹힐까
삼성전자와 구글이 10월 들어 나란히 신제품을 꺼내든 것은 아이폰15 시리즈에 대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일대 반격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애플은 아이폰 신작이 출시되는 하반기마다 시장 점유율이 급증해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평상시 점유율은 15% 내외인 수준인데, 매년 4분기에는 아이폰 신작에 힘입어 20%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애플의 1~3분기 시장 점유율은 16~18%대였는데, 아이폰14 시리즈 출시 이후인 4분기에는 23%로 증가하며 전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같은 점유율 상승폭은 올해 초까지 이어지며 2023년 1분기에도 21%의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22%)를 바짝 추격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상·하반기 플래그십폰인 갤럭시 S23과 갤럭시 Z 플립·폴드5를 모두 출시했고, 이로 인한 신제품 출시 초기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2년 만에 갤럭시 FE 제품을 다시 출격시킨 것도 프리미엄폰 절대 강자인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준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의 빈틈을 노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구글의 경우에는 아직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자릿수대의 점유율을 보이며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2~3%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정면 승부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구글은 소프트웨어의 장점을 살려 AI 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양상이다. 픽셀8의 가격대가 아이폰15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것도 구글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글로벌 주요 국가에 갤럭시 S23 FE를 순차 출시하고 있다. 구글은 오는 12일부터 픽셀8 시리즈의 공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제품 모두 한국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는 지난 6일 국내에서 사전 판매가 시작됐고, 오는 13일 공식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