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작은 입자들이 구름 형성을 촉진해 지구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온실 가스에 의한 지구 온도 상승의 40~80%를 상쇄하는 냉각 효과를 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WP는 또 최근 대기 오염을 줄이는 노력이 강화돼 지구 냉각 효과가 줄어들면서 온도 상승이 빨라지고 있다는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고 논쟁의 결말이 인류의 기후 목표 달성 노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대기 오염원 가운데 주로 황산화물 입자들이 빛을 반사하고 지구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냉각효과를 낸다. 황산 입자들은 구름의 빛을 더 밝게 만들어 빛 반사를 늘림으로써 냉각 효과를 키우기도 한다.
석탄과 석유에는 황성분이 1~2% 가량 포함돼 있으며 이들을 연소할 경우 이산화황 등 입자가 대기 속에 배출된다. 이산화황은 호흡기 질환 등 만성 질환을 유발하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전 세계적으로 전체 사망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과 인도 등 많은 나라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은 2005년 이래 이산화황 배출을 70% 가량 줄였으며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2020년 가장 큰 오염원중 하나인 선박 연료의 황 수치 규제를 크게 강화하면서 이산화황 배출을 80% 줄였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크게 줄었다. 중국의 경우 조기 사망자가 20만 명 감소했으며 선박 연료 규제 강화에 따른 사망자수 감소도 매년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오염 감소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선박연료 규제 강화에 따른 입자 배출 감소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구 온도가 섭씨 0.05~0.2도 상승할 것으로 평가한다.
일부 학자들은 선박연료 규제 강화가 지난해 기록적 더위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대기오염 입자들의 냉각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황산화물 배출이 줄면서 구름 변화가 줄어든 것이 위성 영상으로도 확인된다.
네덜란드의 로마 클럽 회원인 과학자 레온 시몬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들이 황산화물 배출이 줄어든 지역에서 태양열 흡수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며 “같은 기간 같은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기오염 입자 감소에 따른 기온 상승효과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메릴랜드 대 과학자들은 최근 논문에서 오염 입자 감소에 따라 2020년대 온도 상승이 1980년대의 2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온도 상승효과가 섭씨 0.5도~1도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반박한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위원회는 대기 입자가 지구 온도 상승에서 최소 섭씨 0.2도, 최대 1도, 평균 0.5도 상쇄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최대치와 최소치 모두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설정한 목표 달성노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다.
오염 입자에 의한 냉각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지면 전 세계 각국이 목표 달성을 무시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은 대기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 붕괴 등 재앙이 1.5~2도 상승하는 도중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오염 배출 감소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없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중국처럼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서 대기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온난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플로리다 주립대 마이클 다이아몬드 교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탄 발생을 줄이면 오염 입자의 감소에 따른 기온 상승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