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두 눈을 가졌고, 코와 입의 윤곽이 있는 분홍색 덩어리. 고무로 만든 마스크 같아 보였다. 순간 입꼬리 부분이 천천히 올라가고 볼록해지며 미소 짓는 표정이 만들어졌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일본 연구진이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인공피부를 로봇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 대학 산업 과학 연구소의 다케우치 쇼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런 연구 성과를 같은 달 25일 저명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공개된 영상엔 분홍색 인공피부를 장착한 로봇이 피부를 움직이며 인간처럼 미소를 짓는 모습이 담겼다. 웃을 때마다 입가엔 보조개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3D 프린팅과 인간 피부 세포 배양 등으로 인공피부를 제작했다. 이후 인간의 피부가 근육에 인대로 묶인 것에 착안해서 로봇에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콜라겐이 포함된 젤로 덮은 뒤 인공피부를 부착했다. 이 인공피부는 진짜 피부처럼 부드럽고 쉽게 찢어지지 않으며 상처를 나도 스스로 재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표정을 짓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만드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며 피부 노화와 성형수술 등 의료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해당 기술이 실제 현실에 적용되려면 앞으로 수년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다케우치 교수는 이 인공피부는 아직 터치나 온도 변화 등 외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그것이 다음 연구 목표라고 밝혔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술 발전이 놀랍고 기대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한 누리꾼은 “멋지지만 소름 끼치기도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도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