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버밍엄 인근 동물원에서 암컷 도마뱀이 수컷과 접촉 없이 여덟 마리 새끼를 낳아 화제가 됐다. 도마뱀 뿐 아니라 처녀출산 사례는 이미 상어, 뱀, 악어, 갑각류 등 다양한 동물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현재까지 인간에게서는 자연 발생적인 처녀출산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포유류에서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처녀생식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2022년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해 생쥐의 난자를 인공적으로 활성화시켜 처녀생식을 달성했다. 이 중 한 마리는 건강하게 성장해 번식까지 성공했다. 이 연구는 유전적 조작이 인류에도 처녀 생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 동물학 강사 루이즈 젠틀 박사는 인간에게서 처녀생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유사한 유전적 변형이나 돌연변이가 여러 사람에게 생겨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돌연변이가 퍼져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험실에서는 포유류 배아를 만들어 본 연구들도 있지만, 모두 유전적 조작을 포함했다”며 “우리 DNA도 돌연변이 같은 자연적 과정으로 변형되긴 하지만, 처녀생식을 일으킬 만큼의 변형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유전학 교수 티아고 캄포스 페레이라는 “인간에게는 처녀생식을 막는 유전적 장벽이 있지만, 자연 돌연변이에 의해 이 장벽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인간의 난자는 수정되어야 배아로 발달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정자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 수정을 ‘후생 유전적 신호’라고 한다.
인간에게서 처녀출산이 실제로 일어나려면, 정자가 난자에 제공하는 ‘후생유전적 신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후생유전적 신호’를 인공적으로 조작하면 이론적으로는 처녀생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그 신호를 인공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법적·윤리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현실에서 처녀출산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처녀출산으로 태어난 개체는 유전자가 어머니와 동일한 복제체에 가까워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인한 질병 취약성과 종 전체 생존 위협 등 장기적 문제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젠틀 박사는 “처녀출산은 종의 생존 측면에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