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타이포 지구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발생 사흘째인 28일 사망자 수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해 94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소방관 11명 등 76명에 달했다.
아파트 화재 진압이 진전되면서 소방관들이 고소 사다리를 이용해 아파트 내부로 진입해 윗층에 남아 있는 불길을 진압하면서 시신을 찾아냈다.
외부에서 아파트 내부로 불이 번지는 드문 현상으로 진압 어려움
홍콩 당국은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형사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보수 공사에 사용된 가연성이 높은 스티로폼 소재가 화재를 빠르게 확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 공사를 담당한 업체의 이사 2명과 컨설턴트 1명 등 3명은 과실 치사 혐의 등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비계 그물에 부적합한 자재를 사용하고 창문을 스티로폼으로 봉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예비 조사 결과 경찰은 각 층 엘리베이터 창문에 인화성이 높은 스티로폼 덮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국은 이로 인해 화재가 건물 내에서 더 빠르게 번지고 복도를 통해 아파트에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건물 외부에 사용된 방화망과 시트 역시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3억 3000만 홍콩 달러(약 621억원)의 비용이 들어간 보수 공사의 부패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시작됐다.
이번 화재는 건물 외부에서 아파트 내부로 불이 번지는 드문 현상 때문에 소방관들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조한 날씨와 건물에서 나오는 높은 온도 때문에 소방차가 불이 난 건물 바로 근처까지 접근하지 못한 것도 화재 진압의 난이도를 높였다.
화재 1주일 전에도 화재 안전성 경고
홍콩 노동 당국은 화재 1주일 전 보수 공사 업체에 화재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SCMP의 질의에 노동부는 작년 7월 이후 16차례 검사했으며 지난 20일에도 검사가 이뤄졌으며 적절한 화재 안전 조치를 시행할 필요성을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후 일부 주민들은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인 찬쾅탁(83)은 SCMP 인터뷰에서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으며 거주자를 위한 대피 조치나 지침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의 전직 보안 책임자 왕모씨는 자신과 다른 주민들이 공사장 공공장소에서 근로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고, 심지어 비계에서 작업하는 동안에도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전기 및 건물 서비스 엔지니어인 호윙입은 화재가 난 아파트는 안전 문제 등으로 다시는 사람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철근은 약 섭씨 550~600도의 열에 노출되면 약해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개조하는 것보다 재건축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8개동 중 7개동에서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31층으로 41년 된 아파트다. 2000가구 가량의 아파트에 약 4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대나무 비계와 녹색망으로 덮은 채 개조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보수 공사를 맡은 프레스티지 건설 & 엔지니어링은 2023년 11월 홍콩섬 미드 레벨 프로젝트에서 2건의 안전 위반 혐의로 각각 3000 홍콩 달러와 4000 홍콩 달러 벌금을 물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정부는 이 업체가 민간 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시행중인 11건의 사업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해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