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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21시간 협상 끝내 결렬 … 트럼프, 전쟁 다시 시작 vs 장기협상 기로

2026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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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21시간 마라톤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어느 쪽을 택해도 부담이 따르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1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협상 결렬로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작전 재개와 장기 협상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을 마친 뒤 “우리의 레드라인과 양보 가능한 부분을 매우 명확히 제시했다”며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을 남기고 떠난다”며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혀, 추가 협상 계획 없이 이란의 결단을 압박했다.

이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외교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호르무즈·우라늄·동결자금…’3대 쟁점’ 충돌

협상에 정통한 이란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세 가지 핵심 쟁점이 해소되지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 약 900만 파운드(400㎏)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그리고 약 270억 달러 규모의 해외 동결 자금 해제 요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쟁 이후 이란이 경제적 혼란을 유발하기 위해 활용한 핵심 수단이다. 미국은 즉각적인 전면 개방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최종 평화 합의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 차도 컸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 또는 매각을 요구한 반면, 이란은 자국 내 우라늄 농축 권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란은 6주간의 공습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해외에 묶인 원유 수익 자금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일부 사안에서는 이해에 도달했지만, 2~3개의 중요한 쟁점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이 이러한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 전쟁 재개 vs 장기 협상…현실적 선택지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협상 지렛대는 군사작전 재개 위협이다. 다만 2주간의 휴전이 21일 종료되는 가운데, 실제 전투 재개는 정치·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이 재개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20%가 차질을 빚으며 휘발유 가격 상승 등 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YT는 “이번 협상은 지난 2월 말 제네바에서 교착 상태로 끝난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당시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지시했다”고 상기시켰다.

여러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이고 복잡한 협상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충돌에서 자신이 승리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의 표현대로 이란이 “항복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으로 이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왔지만, 이란은 오히려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국민의 희생은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려는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전 중동 협상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이란이 미국보다 더 많은 패를 쥐고 있다”며 “이란은 양보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파키스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Asif Ali Zardari)**가 마주 앉아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 ‘승자 인식’…타협 어려운 구조

양측 모두 스스로를 ‘승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협상 난항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대규모 공습을 성과로 보고 있으며, 이란은 이를 견뎌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계열 파르스 통신은 협상팀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전장에서 얻지 못한 것을 협상 테이블에서 얻으려 했다”고 지적했고, 이란 전 부통령 아타올라 모하제라니도 밴스 부통령이 협상 결렬이 “이란에 더 나쁜 소식”이라고 한 데 대해 “오히려 더 나쁜 소식은 미국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테헤란의 정치 분석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진지한 협상 의지를 가진 양측이 테이블에 앉았다면 결과는 ‘윈윈’이어야 한다”며 “중대한 양보 없이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 결렬 속 ‘첫 대면’…외교적 의미

이번 협상은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외교적 의미를 남겼다.

불과 6주 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이란이 보복을 다짐한 상황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밴스 부통령과 직접 악수를 나눈 것이다. 또 회담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단절된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직접 접촉으로 평가된다.

존스홉킨스대 발리 나스르 교수는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이란 간 가장 진지하고 지속적인 직접 협상”이라며 “협상이 장시간 유지되며 결렬되지 않은 것 자체가 분명한 긍정적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외교적 돌파구는 없었지만, 수십 년간의 적대와 강경 발언,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상징되던 금기를 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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