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연내 2회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연준은 16~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연 4.0~4.25%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FOMC 투표권자 12명 중 11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참모로 알려진 스티븐 미란 신임 연준 이사가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혼자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 7월 FOMC에서 금리 동결에 반기를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 임명 인사인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다.
이날 결정은 9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인하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인하한 뒤 1월, 3월, 5월, 6월, 7월 발표에서 5회 연속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맹비난하며 금리 대폭 인하를 압박했고,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를 지켜오던 파월 의장이 지난달 22일 잭슨홀 연설에서 ‘정책 기조 조정’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최소 0.5%포인트’의 빅컷을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0.25%포인트 인하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크리스토퍼 러프키 Fwd본드 수석경제학자는 “연준은 오늘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연준은 이날 금리 인하 발표 후 성명서에 “일자리 증가가 둔화됐다”는 문장을 추가하고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남아 있지만, 그보다는 고용 상황 개선이 우선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위험이 더 관리하기 쉬울 수 있으며, 노동시장을 위협하는 더 깊은 균열을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했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연준은 양측(물가-고용)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 발표한 1.4%에서 0.2%포인트 올린 1.6%로 조정했다.
한편 연준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연말 금리 예상치 중간값은 3.6%로 제시했다.
올해 FOMC는 10월과 12월 두 차례 더 열리는데, 각각 0.25%포인트 인하가 이뤄져 3.5~3.75%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9명 중 ‘연내 0.5%포인트 인하’ 의견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4.0~4.25%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6명으로 나타났고, 0.25%포인트 한 차례 인하를 의미하는 3.75~4.0%은 2명이었다.
한 위원은 현재 수치보다 1.25%포인트 낮은 2.75~3.0%로 찍어뒀는데, 미란 이사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사이먼 댄거 골드만삭스 거시전략 담당자는 “FOMC 위원 다수가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목표로 하는 것은 비둘기파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한국(2.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 기준금리 차기 발표일은 오는 10월2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