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꿈, 빛이 되다’…2021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개막
“해외 유명관광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수준 높은 공연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에서 주말을 하루 앞두고 24일 처음 공개된 ‘미디어아트쇼’를 감상한 시민들의 관람평이다.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우리나라 보물 403호인 ‘화서문’ 성곽 일대에서 특별한 장관이 펼쳐졌다.
정조의 숨결이 깃든 수원화성 성곽을 배경으로 초대형 미디어아트쇼인 ‘화서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가 열렸다.
청명한 가을 밤하늘 아래 천연색 조명을 밝히며 쏘아올린 미디어아트쇼는 225년 역사를 간직한 수원화성 성곽을 단순히 벽돌을 쌓아올린 게 아닌 현대예술을 느낄 수 있는 화폭으로 수놓았다.
동양화에서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거대한 용(龍)이 위엄을 뽐내며 수원화성 성곽을 타고 날아다녔으며, 정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서예도 만나볼 수 있었다.
화려한 조명쇼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관람객들은 연신 감탄과 탄성을 연발하며 멋진 작품을 추억으로 남기려고 이곳저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정조의 사상과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서문과 서북공심돈까지 총 220m에 이르는 구간에서 ‘만천명월(萬川明月) ;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빛의 향연을 선보였다.
수원문화재단은 이날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31일간 수원화성 화서문과 장안공원, 행궁동 일원에서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활용콘텐츠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2021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축제를 연다.
미디어아트 쇼에서 단연 관람객 시선을 끄는 것은 시그니처 공연인 ‘화서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다.
‘수원화성’ 화서문을 캔버스로 조선 후기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정조의 문무예법(文武禮法)을 융합한 영상으로 스토리텔링했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대표 미디어아티스트 4팀을 초청해 정조가 품은 꿈을 특수조명과 야간경관조명을 이용해 짜임새 있는 영상으로 연출했다.
정조의 ‘문(文)치’를 맡은 김진란 작가와 캐나다 출신 브루흐 고틀립(Bruch Gottlieb) 작가는 혜경궁 홍씨의 한복에 표현된 다양한 패턴과 정조사상을 담은 문체를 현대적 감각으로 미려하게 영상화했다.
‘무(武)치’를 표현한 남상민 작가는 정조의 부국강병 철학과 애민정신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평가를 이미지화해 그려냈다.
‘예(禮)치’의 신도원 작가는 불에 타오르는 화성처럼 어린 시절은 불운했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성군이 된 정조를 용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예승 작가는 여민동락의 정조의 이상을 ‘법(法)치’로 담아냈다.’화서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는 매일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1회당 공연시간은 24분 가량 된다.
정조 연구의 최고 전문가인 김준혁 한신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뉴욕 맨하탄과 상해 횡포강 빌딩의 미디어아트가 전세계 최고의 장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며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도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계 전문이자 유네스코 기구인 이코모스 위원으로서 자신있게 말씀을 드린다”며 “수준높은 미디어아트 공연을 최소 1년 중 6개월을 진행해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이 보러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행궁동 ‘빛’로드, 신흥 고백맛집으로 급부상하나
이번 축제 기간 ‘화서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와 연계한 워킹스루형 디지털 산책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먼저 수원화성 화서문 일원과 화성행궁을 잇는 행궁동 거리(행궁동 카페거리~화서문~장안문)에는 빛의 거리를 조성했다.국왕의 행차는 백성에게 기쁨과 행복을 줘야 한다는 정조의 마음을 빛으로 담은 디지털 힐링 산책로로 연출했다.
3개 테마로 ‘인인화락의 길’, ‘태평성대의 길’, ‘만천명월의 길’로 꾸며지며 다양한 형태의 조명과 수원화성과 정조의 사상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 등으로 행궁동 일원을 화려한 빛으로 수놓는다.
두 번째는 야외 개방형 전시 프로그램인 ‘성안마을 미디어아트전’이다.
뉴미디어아트 작가 7팀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성안마을인 행궁동의 이야기를 재해석해 창의적으로 제작한 작품을 행궁동 카페거리, 야외공간에 전시한다.
프로젝션맵핑, 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 라이트아트 등 다채로운 뉴미디어아트 기법 구현을 통해 행궁마을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려낸다. 이를 통해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야간 볼거리를 제공한다.
프로젝션맵핑을 활용한 김성은 작가의 ‘달빛에 비치는 만 개의 이야기’는 감상자 고민과 질문을 짧은 문장으로 입력해 폭포를 생성하는 실시간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작품이 전시되는 건물 앞에 놓인 안내판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감상자 이름과 남기고 싶은 글귀를 작성할 수 있다.이렇게 내용 입력을 마치면 건물 외벽에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조명에 자신이 쓴 글귀가 뜨는데, 함께 동행한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장안공원 일원에서는 ‘생생실감-디지털 헤리티지’를 진행한다.
과거의 역사 문화유산들을 소재로 실감 콘텐츠들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체험 공간인 이동형 실감체험관 ‘이어지교’를 준비했다.
2개의 돔 형태로 세워지는 전시관에는 파노라마 형식의 3면 영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콘텐츠, AR·VR 등 다양한 실감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내달 2일부터 10일까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