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가 되는 꽃 /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다발의 희망이 피네’
(이해인 ‘수국을 보며’中)
7월이다. 수국의 계절이 무르익고 있다. 형형색색 탐스럽게 핀 수국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싱그러운 에너지를 채워준다. 안개비가 내리는 날 촉촉히 젖은 숲 속에서 만나는 산수국 군락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수국은 장마와 함께 온다. 이름도 물 수(水), 국화 국(菊)으로, 물을 좋아하는 국화라는 뜻이다. 수국의 속명인 히드란게아(Hydrangea) 역시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하이드로(hydro)’와 그릇을 뜻하는 ‘안게리온(angerion)’이 합쳐진 말이다.
야생의 산수국에는 가장자리에 곤충을 부르는 가짜꽃(무성화), 가운데 실제 열매를 맺는 진짜꽃(유성화)이 함께 핀다. 무성화가 유성화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다. 산수국에서 유성화를 없애고 무성화만 남겨 크고 화려하게 개량한 것이 수국이다.
수국은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초록이 살짝 비치는 흰색이었다가 점차 밝은 파란색으로, 보라색으로 변한다. 토양의 산도에 따라서도 색이 달라진다. 산성 토양에서는 청색, 염기성 토양에서는 붉은색을 띈다. 그래서일까. 수국의 꽃말은 ‘변덕’과 ‘진심’이다.
만개한 수국을 즐기기 위해 남도로 떠나보자. 제주 마르노블랑·휴애리 여름수국 축제, 신안 섬수국 축제, 화담숲 여름수국축제 등 수국 축제가 풍성하다. 꼭 축제가 아니어도 좋다. 제주 사려니숲길·보롬왓 등 숲길에서 만나는 산수국은 더욱 싱그럽다.
◆제주 숲길서 만나는 수국, 환상 그 자체
우리나라에서는 6월과 7월 제주와 부산, 신안, 태안 등이 수국 천지로 변한다. 안덕면 마노르블랑, 남원 휴애리 등 제주 곳곳에서 수국축제가 열린다.
마르노블랑은 서귀포에 위치한 정원이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8월31일까지 수국축제를 진행한다. 제주 수국을 비롯해 전세계 30여종 7000여본의 수국을 만날 수 있다.
휴애리 수국축제는 지난달 10일 시작해 이달 20일까지 이어진다. 정성스럽게 가꾼 다양한 수국을 온실, 수국정원, 수국오름 등 공원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 없이 수국길을 거닐며 자연이 선물한 향연에 빠져볼 숨은 명소들도 많다.
사려니숲길, 종달리 수국길, 보롬왓 수국길이 아름답다. 안덕면사무소 일대 수국거리와 고·양·부 제주의 삼성(三性)신화가 깃든 ‘혼인지’, 제주 표선면에 위치한 보롬왓도 빼놓을 수 없는 수국 명소다.
◆전남 해남·신안 수국축제 풍성
전남 해남에는 국내 최대 수국 정원을 보유한 ‘4est 수목원’이 있다. 지난 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이 곳에서 ‘땅끝 해남 수국축제’가 열린다. 알록달록 수국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이 어우러진 곳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 형형색색의 수국꽃 7000여그루가 만발하다. 파랑, 분홍, 보라, 흰색의 수국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다. 넓은 잎 수국, 떡갈잎 수국, 나무수국, 바위수국 등 200여 품종의 수국들을 살펴볼 수 있다.
해남 지역에서 자생하는 산수국을 비롯해 희귀 수국도 많다. 장미꽃을 닮은 듯한 메리, 겹으로 핀 제주 겹산수국, 이국적인 아라모드, 팝콘 수국, 웨딩부케 등 신기한 수국들이 눈길을 끈다. 독특한 무늬가 새겨진 꽃송이에 꽃잎 한 장 한 장 천사가 춤을 추는 듯한 매력을 지닌 댄싱엔젤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전남 신안군은 오는 3일까지 ‘섬 수국축제’를 연다. 주제는 ‘팽나무 10리길에서 수국을 만나다’다. 수국공원, 환상의 정원을 중심으로 도초도 일원에서 문화·전시행사를 비롯한 스탬프투어, 해시태그 이벤트 등이 함께 진행된다.
도초도 가는 길은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암태 남강선착장에서 비금 가산선착장까지 차도선으로 40분이 소요되고,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이용해서 도초 화도로 올 경우 1시간이 소요된다.
◆화담숲·아침고요수목원도 수국축제
곤지암 화담숲도 오는 3일까지 ‘여름 수국축제’를 진행한다. 100여 품종의 7만여 본의 다채롭고 화려한 수국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4500㎡ 규모의 화담숲 수국원은 17개의 테마원 가운데 여름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와 짙푸른 신록 사이로 수국 군락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숲 속에 비단길을 수 놓는다.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도 3일까지 수국전시회를 한다. 서늘한 그늘을 좋아하는 수국의 특성에 맞춰 잣나무 숲이 우거진 산책로에서 개최된다. 넓은 잎수국, 떡갈잎수국, 미국수국, 산수국 등 4가지 계열별 수국 약 120여 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구 이월드 수국 아일랜드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수국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낮에는 숲속에서 청량함이 느껴지는 수국꽃을, 밤에는 야간 별빛 조명에 비친 몽긍몽글한 수국꽃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