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가 10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전설 같은 생명력을 보여주는 경기도의 나무들을 소개했다. 공원, 마을, 절, 능 등 고목이 뿌리내린 장소도 다양하다.
천년 넘는 세월 지킨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 60m, 둘레 12m가 넘고, 나이는 약 1100년에서 1300년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생존하고 있는 은행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됐으며,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돼 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나무인 만큼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대었을 때 톱 자리에서 피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일어나 중지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고종이 승하할 때도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졌다고 한다.
나라의 큰 변란이 있을 때나 경사가 있을 때마다 은행나무는 ‘윙’ 소리 내 울며 길흉을 예고해 주었는데, 8.15 해방과 6.25 전쟁 때도 인근 주민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530년 역사 도시 보호수 ‘수원 영통 느티나무’
5년 전 비바람에 부러진 수원 영통 느티나무 보호수는 5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농경 마을의 수호신이자 사람들의 벗이었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신도시 주민들의 자부심이 되었던 나무다.
원래 이 나무는 23m의 높이를 자랑했다. 흉고(가슴 높이 약 1.2m) 둘레는 8.2m에 달했다. 밑동 둘레를 한 바퀴 돌면 스물다섯 걸음을 걸어야 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수형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2018년 6월 26일 부러졌다. 이후 수원시는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와 함께 복원을 추진, 후계목 20주를 증식하는데 성공했다. 3m 가량 남은 밑동은 지속적으로 방수 및 방부 처리를 하며 보존했다. 영통 느티나무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아름다운 조선 왕릉 속 ‘화성 융릉 개비자나무’
융릉 재실 내에 있는 개비자나무는 2009년 9월 16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504호로 지정됐다.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 재실에 개비자나무가 있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500년 전 화성에 융릉이 조영되며 함께 심은 것으로 추측한다.
개비자나무는 융릉의 주인인 사도세자와 닮았다. 한 많은 생으로 ‘생각할수록 슬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사도, 그리고 다양한 쓸모가 있지만 좋지 않은 어감을 지닌 개비자나무는 이름에 서러움이 담겨 있는 공통점이 있다.
융건릉에서는 매년 4월 둘째 주에는 융릉 제향, 5월에는 건릉 제향이 있으니 이때 방문하면 더 볼거리가 풍부하다.
기품이 남다른 희귀 소나무 ‘고양 송포백송’
고양 송포백송의 가장 유력한 유래는 조선 세종(1418~1450) 때 김종서가 개척한 육진에서 복무하던 최수원이 고향에 돌아오는 길에 가져다 심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이 나무를 중국에서 온 나무라고 하여 ‘당송(唐松)’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송포 백송의 크기는 높이 11.5m, 둘레 2.39m이다.
다른 유래는 조선 선조 때 유하겸이 중국 사절에게 받은 백송 두 그루 중 하나를 마을의 최상규 씨(송포 백송의 소유자)의 조상에게 주었고, 그것을 묘지 주변에 심었는데 지금껏 크게 자란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유래야 어찌 됐든 한반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수종인 동시에 중국과의 문화교류사를 알려주는 나무로, 역사적, 경관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아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역사적 가치 큰 ‘여주 효종대왕릉 회양목’
효종대왕릉 회양목은 2005년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459호로 지정됐다. 수령은 약 300년으로 추정된다. 재실 내에 크게 자란 나무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물학적인 가치가 큰 노거수일 뿐만 아니라, 1673년 조성한 효종대왕 영릉 재실과 오래도록 함께한 역사성이 큰 나무이다.
특히 영릉 재실은 현존하는 조선왕릉 재실 중에서 건물의 공간 구성과 배치가 가장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재실 공간 내에 회양목과 향나무, 그리고 재실 건축 연대보다 더 오래된 500년 이상의 느티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재실의 역사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효종대왕릉 회양목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회양목 가운데 가장 큰 나무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도 은은한 아름다움과 우아한 풍채의 매력을 떨치며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다.
부부가 소원 빌면 이뤄지는 ‘포천 직두리 부부송’
부부송(夫婦松)은 가지의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특징을 가진 소나무다. 나지막한 동산을 뒤로하고 나란히 서서 서로를 안고 있는 듯한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멀리서 보면 마치 한 그루처럼 보인다. 북쪽이나 남쪽에서 바라보는 수형은 수관 전체가 산의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듯 매우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다.
두 나무 중 큰 나무는 수령이 300년으로 추정되며, 2005년 6월 13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460호로 지정됐다.
부부송에는 예부터 부부가 찾아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지금도 나무의 영험함을 믿는 사람들의 기도처로 이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