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첫 백악관 정상회담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강하게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나토를 폄하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화가 났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인 프랭클린 포어는 내주 출간되는 저서 ‘마지막 정치인'(The Last Politician : Inside Joe Biden’s White House and the Struggle for America’s Future)에 이 같은 뒷얘기를 담았다.
가디언이 사본을 미리 입수해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나토 가입을 포함해 많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고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5개월 전이었다.
이것은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할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포어는 “정상회담 전 공식 모두 발언은 상호 존중과 정책 목표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회담이 시작되자 바이든의 염려는 거의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고, 바이든의 교훈(moral code)은 일부러 모른 채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젤렌스키는 ‘긴 요구 목록’으로 대화를 가득 채웠다. 그 중 최고는 나토 가입 요구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젤렌스키의 가장 강력한 동조자들조차 그가 폭탄을 던졌다는 것에 동의했다”면서 “그것은 앞으로 대화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것을 암시했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만큼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거절된 것에 좌절하고 분노했던 것으로 보인다.
포어는 “당시 바이든은 78세, 젤렌스키는 43세였다”며 “(바이든은) 젊은이의 열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지혜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기술했다.
이어 “젤렌스키의 좌절은 그의 논리력을 떨어뜨렸다. 그는 나토 가입을 간청한 이후, 그 조직(나토)은 사실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는 역사적 유물에 불과하다고 떠들기 시작했고, 바이든에게 프랑스와 독일이 나토를 탈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썼다. 포어는 “젤렌스키는 그가 겪은 굴욕과 그가 견뎌낸 정치적 어색함 때문에 지속적으로 분노하고 최소 무의식적으로 (바이든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포어는 그러면서 “그것은 터무니없는 분석이고 노골적인 모순이었다”면서 “그것은 바이든을 화나게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초 노르트스트림2(러시아에서 독일을 잇는 가스관) 관련 러시아 기업을 제재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도 “우크라이나의 경제 및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약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포어는 주장했다.
당시 회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요청 끝에 마련된 미국 대통령과의 자리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당선됐고 러시아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자였던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막기 위해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내 사업 관련 비리 의혹을 파헤치려 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2019년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군사 지원을 대가로 헌터의 부패 혐의 조사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첫 번째 탄핵 소추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슬랩스틱 코미디언”이라고 부르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포어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디미언 출신이다. 포어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있으면서 우크라이나 관계에서 맡았던 역할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정치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