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후임 대법관 지명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자 후보군을 20명에서 5명으로 좁히고, 조만간 여성 후보자들 중 1명을 선정하겠다며 조기 후임 지명을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 진영은 후보 지명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차기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진영은 보수성향 대법관을 추가해 연방 대법원의 확실한 보수 성향을 못박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후임자를 지명하게 될 것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40대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대표적인 친트럼프 매체인 보수성향 언론인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대법관 후보자를 뽑아야 할 때마다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이름이 불거졌다며 이미 2017년 부터 배럿 판사의 이름이 후임자 후보군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코니 배럿(48)은 2017년부터 트럼프 후보 명단에 올랐다며 그녀를 뽑는 것은 비록 그것이 판사들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떨어뜨릴지라도, 법원에서 남성-여성 비율을 똑같이 유지할 수 있어 지명의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7 순회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재직 중인 에이미 코니 배럿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낙태 반대론자로서 진보와 소수자 인권의 아이콘인 긴즈버그와 대비하는 반면, 엄격한 헌법주의자로서 민주당과의 법리적인 토론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NBC 방송도 배럿 판사가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자 후보로 가장 유력하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인선 과정이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여성 후보를 지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후보군은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와 쿠바계 여성 판사인 바버라 라고아 제11순회 연방항소법원 판사 정도로 좁혀진 상태다.
2018년 사망한 스캘리아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브렛 캐버노 현 대법관을 지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은 긴즈버그를 대비해 남겨두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 판사를 긴스버그 후임으로 ‘예약’해 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배럿 판사는 1972년 생으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인 배럿은 셰일기업의 변호사로 일했던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로도스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노트르담 로스쿨에 진학해 수석 졸업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배럿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대표적인 낙태 반대주의자다.
또, 지나친 종교적 신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배럿은 ‘찬양의 사람들’이라는 종교단체의 일원으로, 과거 “법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목적은 신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17년 연방 항소법원 판사 청문회 당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배럿 안에 도그마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민자에 우호적이지 않는 판결로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8년 엘살바도르에서 온 이민자들이 “돌아가면 갱단의 고문과 박해가 우려된다”고 항소하자 이를 기각했다.
또다른 유력 후보자로 떠오른 바버라 라고아 제11순회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마이애미의 쿠바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현재 52세. 연방 판사가 되기 전에는, 최초의 쿠바계 플로리다주 대법관으로 주목받았다.
중남미계 출신이라는 점이 연방 대법관 인종 다양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플로리다의 여론을 환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공화당은 판단하고 있다.
<김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