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트 디즈니 창업주 손녀가 디즈니 저임금 정책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비게일 디즈니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드림 앤드 아더 페어리 테일스'(The American Dream and Other Fairy Tales)가 미국 독립영화제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24일 방영된다.
애비게일은 1923년 디즈니를 공동 창립한 월트 디즈니 형제인 로이 O. 디즈니 손녀다. 애비게일 부친 로이 E. 디즈니는 2003년까지 디즈니 이사회 멤버였으나, 2003년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후 디즈니 가문은 디즈니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애비게일이 공동 감독으로 제작한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소재 디즈니랜드 직원 4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시간당 15달러의 임금을 받는 직원들은 치솟는 집값에 주택 마련은 커녕 “필요한 약을 사기 위해 음식을 살 돈을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에 애비게일은 같은 기간 밥 아이거 CEO가 6500만 달러 임금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디즈니사는 미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의 중심”이라고 비판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애비게일은 “디즈니사 직원들은 음식조차 살 여유가 없었는데, 같은 해 CEO는 6500만 달러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디즈니사 측에서는 애비게일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대해 “심각하고 불공정한 사실 왜곡”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디즈니 대변인은 “지난해 디즈니 직원 초봉을 16% 인상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고된 직원들도 거의 복귀했다”고 했다.
그러나 애비게일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동자 개인의 존엄성과 인간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비게일은 “선댄스 영화제 상영 이후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디즈니 경쟁업체들이 이 영화 배급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애비게일이 속해있는 단체 ‘애국적 백만장자들’은 지난 17일부터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개서한을 통해 전 세계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애비게일은 “전 세계가 지난 2년간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이 기간에 우리의 재산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세금을 공정하게 내고 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