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암호화폐에 대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유명 운동선수들의 홍보 열기가 뜨거웠다. 소셜미디어(SNS), 인터뷰,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까지 암호화폐를 멋있고 철학적인 세상이라 떠들어댔다. 그랬던 이들이 현재 암호화폐 폭락 사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는 일주일 사이 총액이 약 450억 달러(57조7800억원)가량 증발하면서 18일(현지시간)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전날 기록한 1조2900억 달러(약 1650조원)에서 1조2400억 달러(약 1580조원)로 감소하는 등 전세계 암호화폐 가격이 끝없이 급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과 운동선수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위험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대중들에게 관심과 투자를 부추겼음에도 약속이나 한 듯이 이번 폭락 사태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올해 슈퍼볼은 ‘크립토 볼'(Crypto Bowl)이라 불렸는데 이는 광고비가 30초에 700만달러(약 90억원)에 이름에도 암호화폐 광고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공개된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의 광고에는 유명 농구선수 조엘 엠비드와 그의 코치였던 빌 셀프가 등장한다. 광고는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이 남들이 원하는 길이 될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에 대해 NYT는 “암호화폐 시장은 붕괴의 한복판에 있으니 구매자는 조심하라”는 경고가 언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달 수천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허공으로 사라지자 대중들에게 이를 부추기던 유명인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영향받기 쉬운 팬들이 무비판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도록 일조했기 때문이다.
옷이나 식품과 같은 일반 상품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사기 행위 또한 빈번해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홍보하는 이들은 잠재적인 위험에도 솔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립토닷컴의 모델인 농구선수 조엘 엠비드부터, 슈퍼볼 광고에 출연한 르브론 제임스, 기네스 펠트로, 패리스 힐튼 등 유명인들은 암호화폐를 열정적으로 홍보했다.
리즈 위더스푼은 “암호화폐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발언했고, 맷 데이먼은 암호화폐를 ‘우주 비행 기술 발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를 부추겨온 많은 유명인들은 모두 현재 암호화폐 폭락 사태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NYT는 애초에 암호화폐의 불안정성이 유명인 마케팅의 기본적인 오류를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유명인들의 광고는 기억에 쉽게 남지만 실질적으로 그 제품을 시도할만한 가치를 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러큐스 대학 광고학과 부교수인 베스 이겐은 “이것이 원래 유명인들이 하는 일”이라며 “그들은 그저 돈을 받고 홍보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암호화폐 산업의 불황과 함께 이를 광고하던 유명인들의 평판이 나빠질 위험은 있다”며 만약 자신이 맷 데이먼이었다면 “그런 광고를 하는 자신의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고 분석 플랫폼 패스매틱스(Pathmatics)는 “지난 3월 크립토닷컴은 하루 평균 10만9000달러(약 1억4000만원)를 온라인 광고에 지출했지만, 이달에는 하루 2만4000달러(약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유명인 광고를 내세운 암호화폐 회사 중 하나인 FTX는 3월 하루 2만6400달러(약 3400만원)에서 이달 1만4700(약 1900만원)으로 광고비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브랫 해리슨 FTX 미국 지사장은 슈퍼볼이 열리기 전인 지난 2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기(유명인) 경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FTX의 유명 홍보대사로 지젤 번천, 축구선수 애런 존스, 농구선수 스티븐 커리, 야구선수 쇼헤이 오타니 등이 있다.
FTX는 현재 온라인 캠페인이나 구글 광고와 같은 이전보다 저자세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조반니 컴피아니 시카고대학 마케팅학과 조교수는 “젊고 소득이 적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의 흐름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은 ‘진짜 돈’이기 때문에 위험 상황이 올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