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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WSJ “텍사스 총격범은 정말 악인(evil)인가?”

시카고 총기살인은 가난과 차별 희생자로 반쯤 면책 유발디 사건은 총기에 환장한 사회의 병리현상 취급

2022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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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폭력과 악(Evil)의 미스터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실은 기고문 제목이다. 부제는 “유발디 초등학교 총격사건 범인 살바도르 라모스는 불행한 인간이지만 우리 사회가 왜곡돼 있다”고 돼 있다. 누군가의 행동을 빌어 ‘악’이라고 규정하는데는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을 논증하는 철학적, 윤리적 주장을 담은 글이다. 필자는 윤리 및 정책 센터 선임연구원 랜스 머로우다.

텍사스 공공안전국 대변인 크리스 올리바레즈 경위는 범인을 “극악한 인간”이라고 했다.

정말 그런가? 살바도로 라모스는 악한가? 아니면 말더듬이 때문에 혀짧은 발음을 한다고 다른 학생들에게 왕따와 조롱을 당하고 마약중독자인 어머니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한 가정 출신의 불행한 젊은 남성인가? 사람들이 왜 이런 짓을 할까? 불행해서? 미쳤기 때문에? 아니면 그들이 정말 악한 것일까? 악이란 단어는 정말 많은 뜻을 가진다.

26년전 스코틀랜드 던블레인에서 교사와 학생 16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타임지에 기고하면서 나는 악한 행동이라고 규정했었다. 해밀턴이라는 이름의 범인이 악하다고 했다. 그 뒤 교양 높은 의사 한 사람이 악이라는 중세적 단어를 사용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 의사는 어린이들을 살해한 사람이 분명 정신병을 앓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악이라는 중세적 표현을 쓰면 안되는 것일까? 던블레인 사건 이후에도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종종 21세기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공간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눈부신 과학과 기술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시적이고 터무니없이 중세적인 일들에 휘말린다.

어린이 살해범 이름인 살바도르라는 단어는 “구세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가 악하다고 말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범인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의 행동은 악하다? 죄인과 죄 사이의 구분이 있는가? 그런다고 범인이 무죄가 되진 않지만 그의 경험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될 수 있다. 그리스 신화 아이네아스신은 ‘인간사에는 눈물이 있다(Sunt lacrimae rerum)’고 말했다. 이번과 같은 사건들은 인생의 비극이다.

기독교 교리는 아무런 죄없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악한 행동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렇지만 내세라는 것이 없다면, 천국도 없고 신도 없다면, 불행한 삶을 극적인 학살로 마감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범인이 견디기 힘든 삶에서 기꺼이 탈출하는 것 말고 치르는 대가가 없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신이 없다면, 혹은 대부분의 청소년으로선 갖추기 힘든 고도의 인간윤리가 없다면 악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게 되고 따라서 우리들은 지금보다 10배는 더 위험해질 것이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8살 때 “거짓말을 하면 도움이 되는데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의문을 처음 가졌다고 한다. 마찬가지 의문들이 이어진다. 사람을 죽이면 안될 이유가 없는데 죽이면 안되는 이유는? 범인이 첫 발을 발사하고 경찰의 총에 쓰러져 “난사”를 멈출 때까지의 사이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이유는?

죄악의 신비(mysterium iniquitatis). 난징 학살사건 당시 2명의 일본군 장교가 누가 더 검을 휘둘러 많은 중국인들의 목을 벨 수 있는지 내기를 했다. 1분에 100명을 죽이기로 했지만 아마도 80명밖에 못죽였을 것이다. 누구라도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끔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유발디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과 비교할 만한 정신상태에서 벌인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이 “악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어리둥절하겠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사회의 한 요소가 문화적 맥락에서 악한 지를 묻는 질문인 것이다. 범인이 어떤 문제 때문에 총을 산 것인가? 1937-38년 일본 제국 군대가 8만명의 중국 여성을 성폭행하고 30만명을 학살한 난징대학살이 일어난 배경은 무엇인가?

윤리학적 산술은 형이상학적 문제를 안고 있다. 피해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인가? 목이 잘린 100명의 중국인과 유발디 초등학생 19명?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작가 엘리 비젤은 악한 행동들을 서로 비교할 순 없다고 했다. 악은 모두가 개별적이다.

그러나 상황을 설명할 때 숫자는 중요한 변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중요한 것이며 사실은 이들을 모두 합한 것이다. 피해자수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시카고에서 총기 사망자수는 유발디 초등학교 총격 사건 사망자수와 동등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살바도르 라모스의 행동이나 10일 전 뉴욕주 버팔로 수퍼마켓에서 벌인 총격사건의 범인의 행동은 총기에 환장한 사회의 증거로 제시된다. 반면 시카고의 총기사망자수는 사회학적 사건이 된다. 시카고 총기사망 범인을 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범인들은 가난과 인종차별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반쯤 면책된다.

최고의 예수회 신학자라면 시카고와 유발디 사례를 깊이 탐구해 악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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