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통화에서 향후 대면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 행정부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12일 전화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마지막 대화에서 대면 회담 가능성을 논의했고, 각자 팀을 통한 세부 사항 진척 후속 조치에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지난 7월 28일 2시간17분에 걸쳐 통화했다. 당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둔 시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대만 문제로 정면 충돌했었다. 시 주석은 ‘불장난’까지 거론하며 거친 언사로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벨 조정관은 이날 “(대면 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에 관한 세부 사항은 더 추가할 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그간 다섯 차례에 걸쳐 화상회담 및 통화를 했지만, 대면 회담은 하지 않았다. 성사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면 정상회담이다.
이날 브리핑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당국자들이 오는 11월 시 주석의 동남아시아 순방 및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 관련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 대회를 마친 후 11월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준비 과정 일부는 이들 두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 간 회담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고, 변동이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이르면 오는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시 주석은 3연임 확정을 시도한다. WSJ은 이후 시점인 11월에 미·중 대면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상황을 두고 “69세의 시 주석이 자신 운명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보도에 관한 WSJ 질의에 “중국은 두 회의를 주최하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지지한다”라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도록 회의를 홍보하는 데 모든 당사국과 협력할 의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가디언은 전날인 11일 시 주석이 곧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을 끝으로 해외 순방을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본토를 벗어나 홍콩을 잠시 방문한 것 정도다. 이 때문에 그의 장기 본토 칩거 이후 첫 해외 순방 시점 및 장소에도 이목이 쏠리는 모습이다.
WSJ은 그간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자제한 이유가 코로나19 우려였다고 전했다. 또 “시 주석의 세계무대 불참은 중국과 다른 국가의 소통을 방해했고, 중국과 미국의 관계 악화로 세계적 우려가 커지는 중에 최고위급 대면 접촉 기회를 거의 사라지게 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