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 거주지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 압수수색이 미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미국의 진보적 연구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과 예일대 교수, 전 연방 검사 등 사법 전문가 3명이 15일 CNN에 “트럼프가 겁먹었고 겁먹어 마땅하다”는 제목의 글을 공동 기고했다.
압수수색이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법무부가 언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공개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트럼프와 측근들이 중대 범죄로 소추될 가능성이 있다. 영장은 다음과 같은 합리적 의심에 근거해 발부됐다. 첫째 문서를 대량으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져간 것은 대통령 기록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 법은 비밀문서든 아니든 고의로 정부 소유의 문서를 감추거나, 없애거나 파괴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시 최대 3년형이 규정돼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방첩법 위반 혐의다. 이 역시 영장에 올라있다. 방첩법 위반은 최대 10년형을 부과할 수 있다. 당국자의 요구에도 의도적으로 “안보관련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기소된다.
이 규정은 FBI가 비밀문서 11건을 압수함에 따라 발동되고 있다. 방첩법은 무단으로 유출할 경우 “국가안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는 “비밀”로 지정하고 “특별히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는 “최고 비밀”로 지정한다. “최고비밀/비밀”로 지정된 정보들은 특별 보호 대상이다. “최고 비밀/민감 정보”는 공개되서는 안되는 소스 또는 방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부에서 문서를 훔쳐간 것은 물론, 비밀 문서가 “최고 비밀”과 “여러 수준의 비밀/최고비밀/민감 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이 특별히 문제가 된다. 방첩법은 “국가 안보 관련 정보”를 비밀로 지정할 것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 민감 정보는 방첩법 상 “국가안보 관련 정보” 범주에 들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수사 관련 문서를 은닉해 연방수사에 장애를 조성한 혐의도 있다. 이 혐의는 최대 20년형까지 가능하다. 법무부 수사에 개입한 협의는 특히 심각하다.
트럼프는 수사가 정치적 음모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문서 제출 과정에서 나타난 범죄혐의 가능성이 상세히 보도된 상태다. 국립문서보관서가 지난해 지난해 협상을 통해 요청함으로써 반환한 문서가 15박스 분량이다. 이어 대배심이 지난 봄 소환장을 발부했고 수사관들이 지난 6월 현장을 방문해 더 많은 문서들을 받았으며 그보다 뒤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끝에 모든 비밀문서를 반납했다는 주장이 허위임이 밝혀졌다.
소환장에 따라 전달한 문서에도, 변호사들이 전달한 문서에도 FBI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11건의 비밀문서가 빠져 있었다.
영장 공개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지난 11일 압수수색 영장보다 “피해를 덜 입히는 표준 절차”라고 밝힌 내용을 설명한다. 그는 법무부가 다른 모든 방법을 먼저 시도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등이 소환장에 충실히 따르지 않은 것은 범죄를 구성한다. 법무부가 문서가 저장된 장소에 드나든 사람들을 소환한 이유다. 정부 당국자들의 비밀 문서에 접근한 사람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트럼프와 변호사 등 주변인물들이 고의적으로 정부에 거짓을 말했을 경우 거짓주장을 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변호사가 보낸 서한이 설명한 내용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법무부는 정상적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 신청 때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진술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요원의 진술과 진술에 담긴 증거들은 법무부가 형사소추를 할 때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된다.
사전에 진술을 공개하면 피의자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파괴하고 증언을 막을 수 있다.
극도로 민감한 국가 안보 자료와 고도로 보안이 필요한 정보 소스와 관련한 사건에서는 상식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극도로 정치가 분열된 탓에 신시내티 FBI 사무소 무장공격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마라라고 관련 제보자를 공개하면 그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갈런드 장관은 공개할 것과 공개해서는 안되는 것을 능숙하게 구분해 가면서 강력한 어조로 영장 공개를 강조했다. 갈런드 장관의 정직성과 사법 경험을 무시해선 안된다. 트럼프 시절 빌 바 법무장관이 뮬러 보고서를 왜곡한 사실 때문에 트럼프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다.
갈런드 장관이 신중하게 법을 지키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당분간 그가 공개하는 내용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선거를 앞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피했음을 강조한 갈랜드 장관의 시각으로 사건을 봐야 한다.
트럼프는 미 정치사상 가장 극단적인 인물이며 그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다.
제기된 여러 주장들을 볼 때 트럼프가 기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서를 없앤 혐의에 그치지 않는다. 문서를 거듭거듭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법무부는 압수한 문서에 따라 새로운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
연방수사는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이후에는 더욱 소란스럽게 세 방면으로 진행된다. 문서범죄, 지난해 1월6일 의회폭동 이전까지 선거결과를 뒤집으려한 음모, 1월6일 의회 방해 등이다.
지난 14일 트럼프가 뒤의 두가지 혐의와 관련한 정보를 압수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트루스 소셜에서 FBI가 “가져가서는 안될 ‘변호인-고객’ 자료와 ‘면책 특권’ 자료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1월6일 수사에서 ‘변호인-고객’ 및 면책 주장을 펴온 것으로 유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FBI가 비밀 문서 은닉과 다른 혐의를 입증할 정보를 입수했는지가 밝혀질 것이다.
트럼프가 근거도 없이 새된 소리를 하는 것은 그가 처벌될 것을 겁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가 회피하기에는 쉽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