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가 근접 전투를 위한 무기 위주여서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탈환작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 점령 전략요충인 남부 헤르손시 탈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실제로 점령지 탈환을 위한 대규모 군대와 장갑차량 및 강력한 근접 전투 무기를 갖추지 못했다.
최근 미국이 지원하는 무기들은 러시아군이 지뢰를 매설하고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을 탈환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지원하는 첫 사례다. 반격을 위해선 다양한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미국이 발표한 8억달러 규모의 지원에는 앞에 롤러가 달려 지뢰를 제거할 수 있고 폭발을 견딜 수 있는 차량 40대가 포함돼 있으며 기존에 지원해온 무기보다는 화력이 약하지만 기동성이 좋은 경곡사포도 포함돼 있다. 또 사거리가 수백m에 달하는 무반동총과 사거리 5km 이내의 로켓 발사기도 포함돼 있다. 이들 무기 사거리는 현재 대치중인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거리보다 짧은 것들이다.
미군 고위당국자는 지뢰제거 차량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진해 점령지를 탈환하는데 필요한 대표적인 무기”라면서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에서 필요한 기동성을 늘려준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활용도가 컸던 MRAP는 앞 부분에 롤러를 부착할 경우 지뢰를 터트리면서도 탑승한 군인들을 폭발과 소화기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비다.
미국은 기존에 주로 다연장 정밀 로켓 발사대와 자주포 등 장사정 무기 지원을 집중해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포격전을 위한 것이다. 이들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지휘부와 탄약고를 정확히 타격해 러시아군의 포격을 약화시킬 수 있었지만 진격하는 데는 부족했다.
미군 고위 당국자는 “지금까지 점령지 탈환이 크게 없었지만 러시아군이 여러 지역에서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월 헤르손 인근 지역 마을들을 탈환한 이래 탈환작전에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우크라이나군이 개활지로 나올 경우 러시아군이 포격과 정찰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토우 미사일의 경우 삼각대를 설치하거나 험비 전투차량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뒤 빠르게 이동해 반격을 피하는 “사격 후 진지 이탈” 공격이 가능해진다.
험비 차량은 또 새로 지원한 105mm 곡사포도 견인할 수 있다. 105mm 곡사포는 미국이 이미 지원한 M777 중곡사포보다 화력이 약하고 사거리가 짧지만 기동성이 좋다.
이번에 지원되는 무기에는 또 칼 구스타프 무반동총 2000정도 포함돼 있다. 이 무기는 보병용으로 84mm 포탄으로 적 차량을 공격할 수 있으며 사거리가 수백m에 달한다.
그러나 외교정책연구소 러시아군 전문가 롭 리 선임연구원은 최근 지원 무기들이 앞으로 전개될 탈환전을 반드시 예고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예컨대 MRAP와 같은 차량은 덩치가 너무크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근접전투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다만 장갑이 없는 트럭보다는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무기들은 국방부가 값비싼 첨단 무기 대신 재고가 충분한 무기들을 지원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험비 차량과 MRAP, 토우미사일 등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해왔다. 리 연구원은 이들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무기들은 미국이 이미 지원한 스캔 이글 드론과 러시아군 대공방어망을 타격하는 레이더 추적 미사일과 함께 사용할 경우 효과를 낼 수 있다.
리 연구원은 많은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는 전통적 방식의 탈환작전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로켓으로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고 크름반도 등의 러시아군 기지를 사보타주함으로써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군도 안전하지 않음을 과시해왔다.
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탈환작전 능력이 있는지는 모른다”면서 소모전 전술이 “우크라이나군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