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후보 경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반(反)트럼프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더힐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다른 주요 후보들의 거취가 차츰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지난달 출마를 선언했고,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CBS 방송 등을 통해 5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의 유력 경쟁자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5월에 있을 플로리다주 의회 회기가 끝난 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도 조만간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보수진영 단체의 연례 정치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2%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유력 경쟁 후보인 디샌티스 주지사(20%)와 다른 공화당 경선 후보들을 가볍게 따돌렸다.
이는 올해 CPAC에 디샌티스 주지사 등 공화당 유력 잠룡들이 대거 불참하며 예견됐던 결과로 보인다.
최근 폭스뉴스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3%의 지지율을 얻으며 28%인 디샌티스 주지사를 15%나 앞섰다. 헤일리 전 대사와 펜스 전 부통령은 각각 7% 지지율로 3위에 올랐다.
지난주 발표된 퀴니피액대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42%로 단연 1위를 차지했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36%, 헤일리 전 대사와 펜스 전 부통령이 각각 5%, 4%로 뒤를 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격차로 앞서 나가며 유력 대권 후보로서 입지를 굳혀나가자 다른 경쟁 후보들은 트럼프 견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지금은 유명인이나 스타에 의지할 때가 아니다. 미국이 보수의 근간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트럼프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도 이날 NBC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 “그는 (대선) 후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헤일리(51) 전 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들은 의무 정신 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를 모두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저격해 온 호건 주지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낸 기고문에서 “지난 2016년 경선 당시 트럼프 후보가 반트럼프 연대를 분열시킨 여러 경선 후보들을 제치고 지명을 받았다”며 반트럼프 진영의 후보 난립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지난 경선과 비슷한 상황을 재연하기 싫다며 불출마 선언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8 중간 선거 패배 등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를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아 앞으로 경선 레이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미국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