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10년 이상 경제적, 정치적 확대돼 온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에게 아프리카 투자를 확대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WSJ는 가나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수십 억 달러 규모 투자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미 정부 당국자들이 빈번하게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부패, 빈약한 기반 시설, 만연한 빈곤과 수십 여 개 나라들마다 제각각인 법과 시장 상황을 들어 투자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WSJ는 미국의 아프리카 대륙 영향력 확대 노력은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중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수십 억 달러를 써가며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및 구리 광산을 사들인 사례를 꼽았다. 또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국을 따라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프로젝트 관련 비영리단체 책임자인 코부스 반 스타덴은 “중국은 정부 주도 하에 기회를 포착하는데 기민하지만 미국 민간 기업들은 위험 부담만 생각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2007년~2020년 미국이 아프리카 전체에 투자한 금액이 140억 달러(약 18조3000억 원)인데 비해 같은 기간 중국의 투자액은 1200억 달러(약 156조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 대사에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으나 중국의 아프리카 지배력을 넘기 힘든 상태라고 강조했다.
세계 개발센터 선임 연구원 기드 모르는 미국의 자본이 진출하는데 필요한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 비해 중국은 아프리카인들이 중국에서 쉽게 고등교육을 받게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아프리카 진출 노력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아프리카에 냉담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WSJ는 해리스 부통령은 29일 가나 수도 아크라 중심지 믹스디자인허브를 방문해 아프리카 여성 기업인을 위한 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면서 그러나 재원이 모두 민간 재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을 위한 기술 교육 재원 5억 달러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내기로 했으며 나머지 5억 달러도 나이지리아에 있는 토니 엘루멜루 재단이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WSJ는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기에는 여전히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기업인 보비 피트먼은 미국의 공공 차관은 매우 느리고 관료적인데 비해 중국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은 서명만 하면 바로 돈이 나오지만 미국은 기업이 돈을 마련하는데 몇 달씩 걸린다”는 것이다.
WSJ는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일부 변하는 조짐도 있다고 전하면서 미 에너지기업 경영자를 인용해 코발트, 니오븀, 리튬, 주석 등의 자원을 선물거래 상품으로 다룰 수 없어 위험 헤지를 할 수 없다며 투자를 거절하던 미국 기업들이 지금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의 투자 사례로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가 설립한 코볼드 메탈스가 잠비아의 미개발 구리 광산의 과반수 지분을 1억5000만 달러에 매입한 사실을 들었다. WSJ는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이 추가로 더 큰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중국의 투자는 중국기업과 중국산 장비 사용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7일 가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나라가 겪는 부채로 인한 어려움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각국이 지고 있는 대외 부채의 12%을 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