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뉴욕 법정에 선 가운데 조지아 주정부가 현재 수사 중인 ‘선거 결과 개입’ 등 다른 혐의들이 그의 차기 대선 가도에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형사 사건 중 기소 절차에 가장 임박한 것은 2020년 대선 결과에 개입하려고 했던 혐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초접전 경합이 벌어졌던 조지아주에서 패배하자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지아에서 1만1780표를 되찾으라”고 압박·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지아주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2021년 수사에 착수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패니 윌리스 검사장은 지난해 5월 법원의 승인을 받아 26명으로 구성된 특별 대배심을 꾸렸다. 특별 대배심은 일반 대배심과 달리 증인들을 심문하고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해당 대배심은 지난해 12월 맥버니 판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뒤 올해 1월 해산했다.
지난달 16일 일부 공개된 특별 대배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광범위한 사기는 없었다”면서도 일부 증인이 위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기소를 권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맞서 해당 사건의 대배심 구성이 위헌이라며 보고서를 파기하고 언론 인터뷰에 응했단 이유로 윌리스 검사장의 수사 권한 박탈을 풀턴 카운티 지방검찰청에 요구했다.
클라크 커닝햄 조지아주립대 법학과 교수는 윌리스 검사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 요구(보고서 파기와 검사장 수사권 박탈) 에 응해야 하는 시한인 오는 5월 1일 전에 기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커닝햄 교수는 윌리스 검사장이 마피아 같은 조직범죄 집단이나 재벌이나 기업 등의 정경유착이나 공무원 접대, 부패 등을 처벌하는 리코법(RICO Act)을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코법 위반 시 형량은 최소 징역 5~20년이다.
연방 소송과 달리 주 법원에서 징역형 등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항소심에 계류 중이더라도 수감이 시작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응 전략과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때문에 실제 징역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 2021년 1월6일 ‘미국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배후에서 선동했다는 의혹도 있다. 미 하원 의회난입조사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선동 및 의사 집행 방해죄, 미국을 속이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한 음모죄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이 뿐만 아니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서 백악관 기밀문건이 발견돼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16일에는 마러라고 자택 직원부터 핵심 측근까지 최소 24명이 연방 대배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기밀문서 유출 사건 대배심 심문은 1·6 의회 난입 사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건을 수사 중인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맡았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과 사법 방해(정부의 문서 회수 노력을 방해한 점) 혐의 등을 1년 넘게 수사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8월 그의 자택을 압수 수색해 100건 이상의 기밀문서를 회수한 바 있다.
뉴욕에 이어 조지아주 검찰의 기소 가능성, 연방수사국의 수사 등 말 그대로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는 첩첩산중이라는 게 FT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