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파문을 불러온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최초 유포자인 주 방위군 소속 21세 남성 잭 테세이라가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남성은 누구이며, 왜 유출했고, 어떻게 퍼트렸는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10대들의 우상인 그가 과시용으로 문건을 유출했으며 주로 게임 채팅 플랫폼을 통해 문서가 유통됐다고 전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장한 FBI 요원들이 용의자 잭 테세이라를 매사추세추주 데이턴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전했다. 테세이라가 티셔츠와 빨간 반바지 차림으로 연행되는 모습이 보스턴 지역 방송사 WCVB-TV가 공개한 영상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WP는 당초 100장으로 알려졌던 유출된 문건의 양의 3배에 달하는 300장의 기밀 문건 사진이 이날 추가로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최초 유포자는 애국자 집안의 총기 애호가 20대 男…닉네임 OG
잭 테세이라(Jack Teixeira·21)는 미국 주 방위군 공군 소속이다. 국방부 기밀문건이 최초로 유포된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비공개 대화방을 개설·운영해왔다.
WP는 테세이라가 애국자 가정 출신이라며 그의 페이스북 기록을 검토한 결과 테세이라가 매사추세추 공군 국가방위군 제102정보비행단에 입대했었다고 전했다.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추주 케이프 코드 기지에서 기술 지원 직원으로 일했고 지난해 7월엔 일병으로 진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6월3일 자 게시물에는 테세이라가 방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어머니가 이를 축하하는 모습도 담겼다.
NYT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총기 애호가로 4년 전부터 디스코드에 군사·무기·전술 등과 관련된 채팅방을 여럿 개설했다. 그는 2020년에 비공개 대화방 ‘터그 셰이거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을 개설하고 ‘OG’라는 닉네임을 가진 방장으로 활동했다.
20~30명 규모의 대화방 회원은 대개 10대 청소년이었으며, 회원들의 주요 관심사는 총기, 인종 차별 관련 밈(meme), 비디오 게임 등이었다고 한다.
10대들에게 카리스마 넘쳤던 리더, 과시용으로 ‘1급 기밀’ 문건 유출
NYT가 대화방 회원 4명과 접촉해 인터뷰한 결과, 이들 가운데 한 명은 테세이라(OG)를 3년간 알고 지냈다고 했다. 해당 회원은 테세이라를 직접 만나기도 했으며 그를 OG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OG는 주로 10대였던 대화방의 회원들보다 나이가 많아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였다고 했다.
OG는 지난해부터 전문 용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OG가 미 정부가 일반인에게 숨기고 있는 기밀 정보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문건 사진을 촬영해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OG는 몇 달간 수백 개의 메시지를 직접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이 “휴대전화와 기타 전자 기기를 금지하는 곳에서 일한다”며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저장된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시설에서 하루 일과 중 일부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그가 ‘NOFORN'(외국에 유출 금지) 같은 전문용어에 대한 의미들을 대화방 회원들에게 직접 풀어서 설명해주거나 국제 정세·각국 정보당국의 활동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NYT는 대화방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현실 세계의 친구들과 단절되어 방 안에 고립돼있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피난처 같은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WP는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의 언급을 인용, OG와 비슷한 또래의 신참부터 하급직 군인과 공무원 수천 명이 OG가 공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밀 문건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OG)를 따랐던 10대 회원들의 기대와 달리 OG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더 특별한 지식은 없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일부 청소년들에겐 OG가 첩보 액션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과 현대판 게이머가 합쳐진 인물로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BI, 테세이라 신병 확보…매사추세추주 연방지법 출석 예정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FBI 요원들이 테세이라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그가 매사추세추주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밀 문건 유출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미 국방부의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기밀 유지 계약서에 서명한다”며 “이를 위반한 사람은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아주 젊은 나이에 많은 책임을 부여한다”며 “젊은 군인들은 교육을 받고 책임과 규칙, 요구사항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그것들을 준수하는 것이 이른바 ‘군기’다”라고 군 내부의 기밀 관리 시스템에 대한 기자들의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밝혔듯이 미 정부가 이번 기밀문건 유출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유출의 범위와 규모,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유관 기관과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테세이라의 체포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 법무부가 조사 중이라며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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