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한 기습공격에 나서면서 이틀째 양측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회복을 방해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하마스와의 오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배후설에 무게를 실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확실히 그 점이 동기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공습 등을 공격 이유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자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려는 시도란 것이다. 미국 정부 역시 이 같은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블링컨 장관이 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정상화를 누가 반대하느냐”며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을 차례로 언급한 뒤 “이스라엘과 사우디,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관심있는 다른 나라들을 묶으려는 노력을 방해하려는 것이 동기의 일부라는 점은 놀랍지 않다.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요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만약에 우리가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그것이 지역내 훨씬 큰 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을 얘기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속할 의사를 내비쳣다.
아울러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란과 하마스 사이에는 오랜 관계가 있다. 사실상 하마스는 수년간 이란에게서 받은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란이 이 사건을 지시하거나 특정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오랜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Another mosque in Gaza turned into rubble as the Israeli Air Force retaliates.#Israel #IsraelUnderAtt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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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hwini Shrivastava (@AshwiniSahaya) October 9, 2023
미국은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측의 구체적인 추가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오늘 오후에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필요로하는 모든 것을 지원하라는 점을 분명히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을 상대로 수천발을 로켓을 기습발사하는 한편, 육지·해상·공중을 통해 무장대원 수십명을 침투시켰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이미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피해 지역에서 구급활동 중인 자원봉사단체 ‘자카’ 대변인은 사망자 숫자가 6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고 현지매체들이 전했다. 또 가자 지역에서는 370명이 숨지고 2200명이 다쳤다고 하마스 측이 밝혔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일부 미국인들은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블링컨 장관은 “몇몇 미국인들이 살해당했다는 보고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동시에 미국인들이 실종됐다는 보고들도 있어 마찬가지로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끌려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중에도 미국인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미국 정보당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을 사전에 알아내는 데 실패한 것을 두고는 “향후에 누가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살펴볼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에 대처하는 것을 돕고 필요한 것을 갖추도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