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휴가에 미국인들은 칠면조를 요리해 먹는 풍습이 있다. 칠면조의 영어 이름이 튀르키예(Turkey; 미국 발음 터키)여서 추수감사절은 속칭 “터키의 날”로 불리기도 한다.
튀르키예는 나라 이름이 칠면조와 겹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칠면조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칠면조가 터키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중세 시대 무역 상인들이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연원을 설명했다.
“투르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8세기부터다. 중앙아시아에서 아나톨리 반도로 이주한 유목민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들이 뒤에 오스만 제국을 건국했다.
중세 라틴어로 이 지역 명칭이 “투르키아”였고 영어에 터키로 도입됐다. 13세기 초 시인 라야몬은 “투르키에의 왕”이 로마 황제 편에 서서 아서왕과 맞섰다고 썼다. 중세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는 투르키예라고 표기했다.
“터키”가 칠면조 이름이 된 것은 16세기 들어서다. 칠면조는 튀르키예의 무역상들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들여온 것으로 뿔 닭을 지칭했다. 영어로는 “터키 수탉” “터키 암탉” 또는 줄여서 “터키”로 불렸다.
스페인의 탐험가들이 멕시코에서 들여온 가축화 된 칠면조가 이들과 비슷하게 생긴 때문에 이들도 “터키”로 불렸다.
America, this week let’s gather and give thanks for what we have, for our families, and for the traditions we’ve built together.
That’s what Thanksgiving is all about. pic.twitter.com/CyYZr7ZbcF
— President Biden (@POTUS) November 21, 2023
1555년 영국의 호화 연회 메뉴에 꿩, 백조, 종달새와 함께 “터키”가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1621년 미 청교도들의 플리머스 연회에서도 터키가 메뉴에 오르면서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요리가 됐다. 1867년 추수감사절에 “터키의 날”이라는 별칭이 처음 사용됐다.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신문이 터키와 다른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추수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터키의 날“이라고 쓴 것이다.
20세기 초 터키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추가됐다. 1900년 전후에 작은 마을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공연을 ”터키 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어휘 전문가 배리 포픽에 따르면 이 공연은 ”평판보다 돈벌이가 주 목적“이었다. 1906년 뉴욕 이브닝 텔레그램 신문이 ”까다롭지 않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를 ‘터키’라고 한다“는 유명 배우 조지 코핸의 말을 인용했다.
1925년 인 버라이어티 잡지에 뉴욕 공연 평론가 잭 콘웨이가 통속극 공연에 대해 ”터키에 불과한 천박하고 재미없는 공연“이라고 썼다. 2년 뒤 배너티 페어 잡지에서 평론가 월터 윈첼이 ”터키“는 ”3류 공연“을 가리킨다고 썼다. 이후 상업적으로 실패한 공연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1950년대 들어 어리석은 사람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영어로 터키로 불리던 국명을 ”튀르키예Türkiye)“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터키라는 단어에 붙은 부정적 의미가 다시 강조됐다.
미 국무부는 튀르키예라는 국명을 사용하는데 동의했으나 미국의 대부분 언론 매체들은 계속 터키라는 국명을 사용한다. 이스탄불의 연구소 EDAM의 시난 울겐 소장은 ”튀르키예가 이름을 바꾼 주목적은 칠면조와의 연관성을 지우기 위한 것이다. 터키라는 단어에는 실패라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뜻대로 터키라는 단어의 의미가 변할 수도 있겠지만 추수감사절에서 칠면조는 실패가 아닌 감사의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