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대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 촉구 결의안이 부결된 가운데, 미국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이어졌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휴전 결의안을 제출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함마드 아부샤합 차석대사는 미국의 반대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보 보장 임무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단결할 수 없다면,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라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전 세계 민간인들에게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 한 곳인 프랑스의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대사는 안보리가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새롭고 즉각적이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청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과 포위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해는 전쟁 범죄이며 앞으로 수년 간 지역과 미국,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중동 역사상 가장 암울한 날 중 하나”라면서 “(미국이) 여성과 아이들 등 민간인 수천 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무자비학 학살”에 대해 “역사가 미국의 행동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미국의 반대가 재앙적이며, 안보리에 끔찍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결과를 거부하며 혐오스러운 잔학 행위를 막기 위해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계속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아그네스 칼라마르는 미국이 “가족의 학살에 기여하는” 군수품을 이스라엘 정부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뉴욕 기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루이 샤보노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등 잔학행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에 무기와 외교적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은 전쟁 범죄에 공모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보리는 UAE가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로 채택에 실패했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 5개 상임이사국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투표에서 13개 이사국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영국은 기권했다.
미국은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