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판결한 데 이어 메인주가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미 연방대법원이 이 문제를 시급히 다룰 필요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연방대법원이 최대한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콜로라도 주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가 이미 대법원에 제기되면서 대법원 판사들이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사들은 서로 대립되는 두 가지 정치적 현실에 직면해 있다.
판사들은 트럼프의 반란 여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 큰 반발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 동시에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트럼프가 선거에서 유리해지는 것도 꺼린다.
이에 따라 존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은 만장일치 판결을 시도할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6명의 공화당 정부 지명 판사들과 3명의 민주당 정부 지명 판사들이 입장이 대치되는 상황은 피하려 들 것이다.
이에 따라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은 트럼프가 반란에 가담했는 지에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채 각 주의 경선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법원이 판결하기 전에 의회가 먼저 쟁점이 되는 헌법 조항이 대통령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트럼프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니콜라스 스테파노풀러스 하바드 법대 교수는 “대법원이 트럼프가 반란에 가담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결정을 피하는 방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 같이 결정할 경우 트럼프 경쟁자들에게는 분명 악재가 되지만 대법원은 중도적 판결을 통해 트럼프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데렉 멀러 노트르댐 법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대법원이 트럼프 경선 참여를 허용하는 합의 의견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법률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있다면 대법원이 이를 존중할 가능성도 있다.
리차드 헤이즌 UVLA 법대 교수는 “나라를 위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자격도 없는 후보를 지지해 대선에 출마하도록 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테파노풀러스 교수는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메인주 국무장관이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부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근거로 삼은 수정헌법 14조 3항에 대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파 판사가 압도하는 대법원이 두 주의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공화당 경선에서 배제함으로써 내란을 촉발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텍사스 법대의 타라 레이 그로브 교수는 대법원이 체면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해 다수가 동의하는 판결을 내릴 방법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메인주 국무장관은 트럼프를 주 후보 경선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대법원이 결정할 때까지 집행을 미뤘다.
콜로라도주는 투표 준비 과정을 감안해 대법원이 오는 2월11일까지 결정해줄 것을 청원했다. 이에 더해 메인주가 트럼프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이 시급히 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헤이즌 교수는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14조 3항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트럼프의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달아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있지만 판결을 내리는 것은 청문회와는 별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에 제기된 트럼프 자격 박탈에 대한 법적 근거는 8가지다. 이중 한 가지만이라도 기각할 수 있다면 트럼프가 승리하게 된다.
반면 보수 입장의 유명 법학 교수들 중에 트럼프가 헌법에 따라 공직자 취임 자격이 없다고 보는 원칙론자도 적지 않다. 이들이 주장에 보수파 대법원 판사들이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
멀러 교수는 “판결이 정치를 벗어나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대법원으로선 합의를 이룸으로써 당파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