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투기가 시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인 튀르키예(터키) 무인기(드론)를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향후 양국 간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시리아 내 미군 병력 가까이에서 이뤄진 튀르키예의 활동과 관련해 튀르키예 국방장관과 통화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시리아에서 미군 전투기가 튀르키예의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군은 시리아에서 쿠르드족 전사들과 연합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수행 중이다.
라이더 대변인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시리아 하사카 인근에서 공습 중인 무인기를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공습 중 일부는 미국의 제한적 작전 구역(ROZ) 내부, 미군 병력과 불과 약 1㎞가량 떨어진 곳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전 11시30분께 튀르키예 무인기가 ROZ에 재진입해 미국 병력이 있는 곳을 향했다”라고 했다. 이후 해당 무인기가 자국 병력과 0.5㎞ 이내 거리에 이르자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해 F-16 전투기로 격추했다는 것이다.
라이더 대변인은 다만 이번 격추를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칭하면서도 “사건으로 다친 미군은 없었고, 튀르키예가 고의로 미군 병력을 노렸다는 징후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양국 장관이 긴밀한 협력 기조를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시리아와 튀르키예, 이라크 등지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해 왔다. 2014년부터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서 주요 지상 전력으로 활약했지만, 튀르키예는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특히 이번 격추에 앞서 지난 1일 앙카라에서 의회 개원을 앞두고 자폭 테러가 발생했는데, 쿠르드계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가 배후를 주장한 상황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에 ‘테러범 상대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이날 격추 사건으로 시리아 내 미국 군사 전략과 관련해 나토 동맹인 양국 간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라이더 대변인은 “튀르키예는 여전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나토 동맹이자 미국의 파트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