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이 겪은 무시와 모욕을 잊어버릴 인물이 아니다.”
공화당 주자로 2024년 대선판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전문가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CBS 등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5% 이내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폴 공 루거센터 선임연구원은 7일 뉴시스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리벤지(revenge·복수) 투어’라며 미국 정계는 물론 외국 정부도 그의 당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감축 현실화 가능성도 경고했다. 공 연구원은 “이 문제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라며 다만 “순서가 있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첫 번째, 그리고 한국은 두 번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방식의 대비를 해야 할까. 공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결정했을 때 이를 180도 돌리기는 어렵지만, 폭 넓은 접촉으로 한국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조기 협상에 착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 연구원은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진짜 측근’을 찾아내 미리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공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번 대선은 어떤 의미인가?
“‘리벤지 투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무시와 모욕, 전직 대통령으로서 겪은 모든 일을 잊어버릴 만한 인물이 아니다. 나는 그의 머릿속에 대통령이 되어 백악관에 돌아갈 경우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국가나 조직, 인물 명단이 있으리라고 본다. 이는 모든 국가와 공화당·민주당원, 미국·외국의 모든 사람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한국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나?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언제나 떠올린다. 문 전 대통령은 ‘변죽만 울렸다(beating around the bush)’라는 표현을 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몇 건의 트위터로 되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더는 현직이 아니지만, 나는 이런 사례가 결국 되돌아와 한국을 괴롭힐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할 것인가?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저서에서 이 문제에 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상세히 밝혔다. (저서에서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 문제(주한미군 철수)를 ‘2기 행정부’ 우선순위로 미루자고 요청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문제가 (실제로) 2기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되리라고 본다. 다만 병력 재배치라는 외교 정책의 측면에서 한국 문제는 아마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후가 될 것이다. 순서가 있다면 나토가 첫 번째, 한국은 두 번째가 될 것이고, 나토는 한국보다 훨씬 더 문제가 복잡하다. 단순히 방위비를 분담하는 차원이 아니라 32개 국가가 최대 GDP 2%를 방위 예산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동맹에 정당한 몫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집권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만나리라고 보는가?
“배제하지 않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의 임기 동안 두 번이나 (공식 정상회담을) 했다. 언론의 관심을 즐기는 대통령으로서, 그는 세계 언론이 그것(북미 정상회담)을 좋아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발언을 했고, 그(또 다른 정상회담) 여지를 열어 뒀다. 나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임기 당시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 이를 의식해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한국은 이런 상황이 진행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언가를 추진하는 상황을 옆으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ㅡ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에 대비하는 한국 정부의 자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그는 대통령직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있으며, 무엇을 즉시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안다. 한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이를 180도 돌리거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루는) 지연 전술을 쓰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인내심이 없다. 중국과 유럽도 그런 시도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번 임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마지막 4년이고, 그는 뭔가 일을 이루기를, 업적을 남기기를 원한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에서 그랬듯 의회·백악관 모두와 접촉하며 최선을 끌어내는 것이다. 한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 일단 올라타서 최선을 다하라. 그것이 한국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이다.”
ㅡSMA 조기 협상 착수는 발 빠른 대처라고 보는가?
“그렇다. 일단 방위비 분담 문제는 올해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 2기 이너 서클 인사들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정책 결정에) 브레이크를 밟거나 유턴을 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주요 협상에서) 의제에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할 수는 있다.”
ㅡ트럼프의 ‘이너 서클’이 누군지, 누구를 접촉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1기 행정부 당시 혼란도 많았는데.
“나는 늘 소위 ‘트럼프 측근’들이 미디어에 공개적으로 등장해 인터뷰하는 상황을 보며 놀란다. 그(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공개적으로 행동하거나 유명해지기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워 보이는 사람들과 관여하려 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특히 국가안보와 관련해서 그(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2기 행정부 어젠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서도 ‘뉴스 바깥’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예를 들자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여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측근들이 뉴저지 골프 클럽에 모여 2기 행정부 의제를 논의했다고 몇 달 전 보도했다.”
※공 연구원은? 미국 출생으로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의 상원의원 시절 정책실장과 리처드 루거 전 상원 외교위원장 정무보좌관 등을 지낸 정책통이다. 경합주인 미시간을 비롯한 주요 주에서 7차례가 넘게 상하원·주의회 선거 캠프를 직접 뛰었다.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여야 보좌진 등을 상대로 미국 정치 상황을 강연, ‘워싱턴 정치 일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