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포르노 배우에게 돈을 건내기 위해 회사 장부를 위조했다는 혐의에 대한 재판이 22일(현지시각) 시작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만큼 사실상 선거개입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주장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박음 관련 장부 위조 혐의 사건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은 지난 19일 배심원단 선정을 마쳤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돼 검찰과 변호인단이 각각 공소사실과 변론요지를 풀어냈다. 미국 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먼저 배심원단 앞에 선 매슈 콜란젤로 검사는 “이번 재판은 범죄 공모와 은폐에 관한 것”이라며 “피고인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을 변질시키기 위해 사기 범죄를 조율했다. 그리고 뉴욕에서의 사업 기록을 계속 위조하면서 그 범죄 음모를 은폐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한해 전인 2015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 연예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리’ 모기업인 아메리칸미디어(AMI)의 데이비드 페커 전 회장과 만나 부정적인 정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세명을 상대로 ‘캐치 앤 킬스’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차단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캐치 앤 킬스는 부정적인 정보를 가진 이에게 돈을 주고 입을 막는 행위다.
검찰에 따르면 코헨 변호사와 패커 전 회장은 총 세명에게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다.
트럼프타워의 이른바 ‘도어맨’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 혼외자 의혹을 묻어두는 대가로 3만달러를 보냈고,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도걸에게는 불륜 의혹 침묵을 대가로 1만5000달러가 지급됐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그리고 포르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추문 의혹을 덮기 위해 13만달러가 지불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대니얼스 입막음에 코헨 변호사가 돈을 마련해 지급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짓 명목으로 자신의 사업체가 해당 비용을 보존해줬다고 보고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으로 출석하며 “이 재판은 선거 개입이며, 모두가 그것을 알고있다”며 “매우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의 책임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며 마녀 사냥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은 먼저 2016년 대니얼스가 입막음조로 13만달러를 받고 비밀유지서약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한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코헨 변호사에게 지급된 돈은 42만달러인데, 이는 입막음조로 지출된 비용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 중 하나인 코헨 변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집착하고 있다며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법원은 이날 곧바로 페커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에 들어갔는데 시간 관계상 조기 종료하고 내일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추문 스캔들을 덮기 위해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1억 7500여만원)를 건네고 회사 장부에 허위 기재하는 등 34개 혐의를 받는다.
재판은 이날부터 수요일을 제외하고 주 4회 진행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재판은 약 6주간 진행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후에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매우 불공정하다. 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도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밖에서는 폭력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매우 사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